[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지난해 경조사 건수가 2000년 이래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조비가 포함된 가구당 '이전지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전국 조사 후 첫 감소다.
소득계층별로는 고소득층에서 늘어난 반면 중산층 이하에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조사비가 처음으로 감소한 데다 특히 중산층 이하에서만 감소해 경기둔화 장기화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가구 간 이전지출'은 월평균 20만7310원으로 전년(20만8709원)보다 0.7% 줄었다.
이같은 감소는 가계동향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한 2003년 이래 처음이다.
또 2007~2011년 증가율을 보면, 각각 3.4%, 3.4%, 9.1%, 2.9%, 2.3% 등으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09년 이후로 작년까지 3년째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간 이전지출에는 부모나 유학생에게 보낸 돈이 포함되지만, 조카 세뱃돈처럼 다른 가구에 주는 현금인 교제비와 경조비 비중이 높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교제비가 조금 늘었는데도 가구 간 이전지출은 감소해 경조비 지출이 많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난해 경조사가 늘어난 가운데서도 경조사비는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사망·결혼 건수는 59만4400건으로 1999년(약 60만6000건) 이후 가장 많았다.
결혼이 32만7100건으로 2000명(0.6%) 감소했으나, 사망자가 26만7300명으로 1만명(3.9%) 가량 증가했다. 사망자는 통계 데이터베이스(DB)가 있는 198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처럼 사망자 증가로 경조사가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경조비 지출이 오히려 줄어든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소득 5분위 별로 가구 간 이전지출을 보면 상위 40%만 늘고 나머지 중하위 계층에서는 모두 감소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중간 계층에 해당하는 소득 3분위는 4.4% 줄어든 17만119원으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2010년 18만원을 웃돌다가 2011년에 이어 2년째 감소했다.
또 소득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인 1분위는 3.6%, 2분위(하위 20~40%)가 1.4% 각각 줄어들었다.
반면 4분위는 증가율이 3년째 둔화되기는 했지만 0.1% 늘어났고 상위 20% 계층인 5분위는 1.4% 증가하면서 월 40만원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