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던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안이 22일 주총을 통과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 KB금융의 차기 리더십에 대한 논의가 정부당국과 정치권, 외부세력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려의 중심에는 이경재(前 한국은행 감사)·배재욱(前 대통령 사정비서관) 사외아사 재선임 및 김영과(前 금융정보분석원장)씨의 사외이사 선임안이 있다.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KB금융지주 2013년 정기주총 안건 분석보고서'를 통해 22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경재(前 한국은행 감사)·배재욱(前 대통령 사정비서관) 사외아사 재선임 및 김영과(前 금융정보분석원장)씨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을 기관투자가들에게 권고한바 있다.
ISS는 지난해말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무산이 이들과 같은 친정부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었다며, KB금융의 리더십과 독립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또한 '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배재욱 후보에 대해서는 과거 경제관련 법률 위반으로 기소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 김영과 후보에 대해서는 김영록 사내이사와 동일 고교 2년 선후배 사이이며 과거 재정경제부에서 15년 이상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권고했다.
여기서 '변수'가 있었다. ISS의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가 KB금융 경영진이 개입해 작성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사회가 어윤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박동창 부사장을 해임키로 했고, 급기야 어 회장의 개입 여부는 물론 그와 이사회간 갈등 문제에 대해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어윤대 회장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배후조종자'라는 의혹은 여전하다. 자신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이사회에 '도전'했다가 '안되겠다' 싶어 '도망'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그간 KB금융의 사외이사들이 하나의 '집단'이 되어 '경영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ING생명 인수 실패에 대해서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다.
KB금융 내부의 시각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일이 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주선해서 구차스럽게 꾸며 맞춘다는 뜻의 '구차미봉'(苟且彌縫)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날 주총에 대해 유감스러운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 선임실장은 "어윤대 회장이 모든 책임을 박동창 부사장에게 뒤집어 씌우고 사외이사들에게 사과와 함께 국민연금 등을 설득했으니 세 명의 사외이사 후보(이경재·배재욱·김영과)의 선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보이며, 사외이사들이 일단 대외적 시선을 의식해 어 회장의 사과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로써 모든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며 어 회장 측과 사외이사들 간 일시적인 휴전상태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ISS 보고서가 KB금융 경영진의 개입으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것과는 별개로, 국민은행 노조 또한 이번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해왔다. 이는 배재욱, 김영과씨 등 비독립적인 사외이사들로 인해 4월 이후 구성될 회장추천위원회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먹구름이 드리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박홍배 선임실장은 "ISS 보고서 사건 이후 KB금융 경영진과 감독당국의 입김으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ISS 보고서 권고 의견에 반해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세 후보에 대해 찬성의견을 냈다"고 지적했다. 향후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이 요원해 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4월 회장추천위원회와 7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적극적인 경영참여와 주주제안 등 주주권행사를 통해,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