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이 지난 28일 사의를 표했다. 이후 모든 언론은 어윤대, 이팔성 등 이른바 '4대 천왕'으로 불리던 다른 지주사 회장들의 사의표명 여부와 시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날 서울 명동 KB금융 본점 앞은 어윤대 회장에게 사임 시점을 묻기 위해 기다리는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1층에서 대기하던 기자들과 마주친 어윤대 회장은 '강 회장 사퇴에 따른 거취를 밝히겠느냐', '지금 심경이라도 밝혀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강만수 회장은 지난 27일 사퇴의사를 외부에 알리기로 결심했는데, 이에 앞서 정부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2월25일 의사를 전달했다. 다만 그는 다른 기관장들이 받을 수 있는 여파를 감안해 그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공직자로서 마지막날까지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청와대는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상대로 '두 달 안에 거취를 결정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기업 사장은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MB맨' 정리절차에 가속도를 붙였고,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잔여 임기와 상관없이 교체 건의' 발언을 보탰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는데, 산은금융이나 우리금융과 KB금융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KB금융에는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민간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나서서 'CEO 교체'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관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관치를 부르는 이가 어윤대 회장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의 퇴진과 관련, 그 시점이나 차기 리더십이 더 중요한 문제일 뿐 퇴진 자체는 이미 기정사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어 회장은 최근 'ISS 보고서 사건' 이후 '침묵'에 들어간 상태고, 회장 자리는 사실상 '식물'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이 반영돼 KB금융 주가는 이달 들어 더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여기에 당초 21일 종료 예정이었던 금융감독원 종합검사가 29일까지로 연기됐다. 'ISS 보고서 사태'에 관한 추가 검사와 검사 막판 사소한 문제까지 지적하며 이른바 '무더기 확인서'를 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몇몇 본부부서들은 자료제출을 위해 타 부서 직원들까지 파견받아 '날밤'을 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급기야 KB금융 내부에서는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차치하더라도 금감원 검사를 온 몸으로 막아도 모자랄 CEO가 '검사 꺼리'나 만드는 사이 직원들은 죽어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어윤대 회장은 직원들의 자신에 대한 박한 평가에 대해 '나는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의연해 했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가 심으려 했던 '사과나무'가 누구를 위한 '사과나무'였는지 의문이다. 이는 강만수 회장을 본받아 스스로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KB와 본인의 명예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