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국내 제조업이 엔화 약세로 이미 적자구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엔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응답기업의 수출액은 2.4%, 영업이익률은 1.1%p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엔 환율의 손익분기점은 1185.2원인 반면, 지난달 평균 환율은 1160.1원인 실정이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올해 사업계획 수립시 예상했던 올해 원·엔 환율 기준이 현 수준(1160.1원)보다 높은 1266.9원이었다는 점, 일본 정부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엔화가치의 추가적 하락 압력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제조업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엔화 하락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수출 금융·보증지원 확대, 마케팅 등 수출인프라 구축과 함께 필요시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확대도 요구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원·엔 환율의 하락추세가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 등 확장적 통화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엔화가치 하락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제조업은 첨단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일본에 고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종 전체 손익분기 환율은 1185.2원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부품의 손익분기 환율이 1260.7원으로 가장 높다. 섬유(1200.0원), 철강(1198.3원), 기계·전기장비(1195.8원), 석유화학(1189.7원), 전자·통신기기(1166.7원)등 주로 일본과 치열한 수출경합관계에 있는 업종들의 손익분기 환율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펄프·종이·가구(1158.3원), 식품(1148.1원), 비금속광물(1125.0원), 조선(975.0원)의 손익분기 환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됐다.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응답기업의 수출액은 2.4% 하락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액 감소폭이 큰 업종은 비금속광물(3.8%), 전자·통신장비(3.7%), 기계·전기장비(2.9%), 석유화학(2.7%) 등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엔저 가속화로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가전업체들의 실적개선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지배력 회복을 위한 가격경쟁을 주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원·엔 환율 하락은 채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엔화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응답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1.1%p 하락될 것으로 조사됐다.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률 하락폭이 가장 큰 업종은 식품업(2.6%p), 전자·통신장비(1.5%p), 펄프·종이·가구(1.4%p), 석유화학(1.2%p) 등이다.
다만 조선업은 일본과 주력선종이 상이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일부 부품 수입단가가 하락해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1.3%p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는 일본과의 초경합업종임에도 불구, 영업이익률 감소폭이 0.6%p에 불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 업계가 엔화약세에 대응해 해외생산 확대 및 부품 현지조달로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해 나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경영실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원가절감(28.6%), 환헤지상품 투자 확대(18.3%), 수출단가 조정(13.5%) 등 자체 대응을 서두르고 있지만,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도 네 곳 중 한 곳(26.2%)에 달했다.
기업들은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환율시장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출관련 금융·보증 지원(37.7%), 외환시장 개입(29.5%), 마케팅 등 수출인프라 구축(16.4%) 등이 보다 확대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