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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등기임원 연봉 공개할 때 됐다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경제민주화 법안 연장선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현행 동법 159조 2항에서 사업보고서 제출대상법인의 사업보고서에 임원보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는 임원보수는 총액과 평균치만 공개함에 따라 개인별 보수와 그 산정기준이 공개가 되지않는 허점을 보완하고자 제출된 법안이다.
 
위 개정안의 취지는 임원의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까지 공개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임원 보수가 과연 경영성과와 적절히 연동되는지 주주의 감시 및 통제로 유능한 임원의 선임과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하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재벌총수의 전횡을 막아 기업의 책임경영과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위 개정안은 미등기 임원에 대한 보수를 공개하지 않아, 재벌총수 및 그 일가가 해당 법안의 적용을 피해갈 여지를 둠으로써 개정 목적과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 5대그룹 계열사의 등기이사는 2012년 4월기준으로 1515명에 달하지만, 그룹총수 및 일가의 등기직 등재현황은 고작 86명으로 5.7%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회사의 이사 및 집행임원에 대해 최근 3년간의 보수를 공시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최근 금융개혁법이 통과되면서 연간 경영진 보상과 기업의 성과관계를 추가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경영이사보수의 공개에 관한 법률'과 '경영이사보수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개별 이사에게 지급한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는 모든 급부 등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규제환경이 비슷한 일본에서조차 2010년 1억엔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의 보수금액과 세부내역을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등 임원 보수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결국 위 개정안은 미등기 임원에 대한 보수를 공개하지 않아, 재벌총수 및 그 일가가 해당 법안의 적용을 피해갈 여지를 둠으로써 개정 목적과 취지를 퇴색시켰다. 오히려 국회 정무위에서는 재계의 반대로 인해 5억원 이상 등기임원에 대해 공개하도록 개정안을 적용범위를 후퇴시키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마저도 임원 보수의 하향평준화 및 사회적 위화감 조성을 우려해 위 법안 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재계의 반대는 세계적인 기업공시 강화 추세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그만큼 국내 기업의 보수 체계가 후진적이고 자의적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반증한다.
 
따라서 임원 연봉 공개에 관한 위 법률이 개정 목적과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액 하한 방식보다는 재벌 총수와 그 일가에 대한 공개 의무 조항을 직접 명시하도록 해야한다고 본다. 또한 당해 회사 뿐만 아니라 동일 기업집단에서 받는 모든 경제적 급부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 이는 동법 159조의 단서조항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쉽게 적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