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의 기준금리인상 결정, 버블 붕괴 원인되나?
미국이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워싱턴D.C. 본부에서 진행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이다.
그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넘치면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누렸지만, 이번 금리 인상과 함께 자금이 한꺼번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 런던·홍콩·뉴욕 등 세계 각국 주요도시의 부동산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버블 우려를 키우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는 올해 1분기는 151.31로 금융위기 직전인 정점을 기록했던 2008년 1분기 159.88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 되어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도 항상 버블 붕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발생한 천문학적 수준의 가계대출은 한국은행이 적시에 통화정책을 단행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거란 우려도 낳고 있다. 이미 부동산 시장엔 언제 활황을 맞았었냐는 듯 싸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다.
주담대 대출 심사 강화로 냉기 도는 부동산 시장
정부는 지난 7월 22일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은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기존의 만기 일시상환 중심 가계대출 구조를 분할상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원금과 이자를 합한 거액을 한 번에 상환하는 부담을 줄이고, 원금을 꾸준히 갚는 대출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달러 기준금리 인상 시한이 다가오며, 대한민국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달러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이며, 원화 약세로 인해 해외 자본 유출이 시작되면 한국은행이 원화 금리를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곧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담보 대출 비중이 큰 가계에 경제적 타격을 입하게 된다.
지난 9월 국제결제은행(BIS)이 선진 12개국과 신흥 14개국을 대상으로 가계와 정부,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현재 GDP 대비 84%로 신흥국 평균(30%)의 2.5배에 달해 가장 심각했다. 선진국 평균인 73%에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비중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삼서 요선이 변경되기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2015년에 들어선 가격 상승폭이 확대되고 거래량도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 신규 분양도 활발했다. 그러나 분할상한 방식이 적용되고 매월 갚아야 할 상환금이 크게 상승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부동산 시장에 냉기가 감돌았고, 수도권 신도시와 공공택지 분양 시장엔 분양가 이하 매물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대출심사 강화로 인해 소득이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생활자금을 마련하거나 빚을 갚을 목적으로 돈을 융통하고자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에 의지하는 관행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하나+외환)·농협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올 들어 9월까지 111조2천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생계자금 대출이 12% 수준인 13조5천억원으로 작년 동기(9조원)보다 약 4조5천억원 늘었다. 폭증하는 가계 대출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소득증빙이 잘 안 되는 자영업자나 빚을 많이 갖고 있는 고부담대출자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다만 사망이나 퇴직, 행방불명, 의료비, 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으로 본부승인을 받은 경우와, 은행이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해 별도로 정한 경우는 예외 규정으로 두었다. 그러나 생활비는 의료비나 학자금과 달리 '증빙'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될 수 있다. 대출희망자들이 제2금융권에 대거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