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 달 2일(현지시간) 정례회의에서도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례회의를 앞두고 오스트리아 빈에 파견된 OPEC 회원국 대표들의 말을 인용해 "원유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고려해 회원국들이 생산량과 관련한 공동 조치를 결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초만 해도 13년 새 최저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지금은 당시보다 두 배 정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줄이지 않았던 결정이 주효했다고 보고 이번 회의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6월 이후부터 올 초까지 원유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데도 OPEC은 감산 결정을 하지 않았다.
과거 유가 하락 때에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부양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이는 OPEC이 감산하더라도 가격은 오르지 않고 미국 셰일가스업체 등의 시장 점유율만 높여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베네수엘라 등 재정이 열악한 OPEC 회원국이 반대하기도 했지만,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OPEC 회원국들은 지난 18개월 동안 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방식의 성공 신호를 보고 있다"면서 "가격이 오르면서 공동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의 힘이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서부의 대형 산불과 나이지리아에서의 공급 차질 등도 공급과잉을 해소해 시장이 균형을 맞춰가도록 하는 요인이다.
가격 상승과 일부 지역의 생산 차질이 없더라도 OPEC이 단결된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중동 내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갈등, OPEC 내 부자 국가와 가난한 국가 간 이견 등이 이미 노출된 상황이어서 하나의 입장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