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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실권주,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책임져야"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이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결의한 가운데,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엔지니어링과 마찬가지로 실권주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중공업 실권주 처리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삼성전자 등 주주계열사들이 현 지분율 이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우리사주조합에 20%를 우선 배정한다.

이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가 관심을 모아왔는데, 지난 해 말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당시 이 부회장의 실권주 인수 계획을 미리 밝혔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증자 참여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삼성 측은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이 부회장이 이를 인수할지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전자(17.62%), 삼성생명(3.39%), 삼성전기(2.39%), 삼성SDI(0.42%), 삼성물산(0.13%), 제일기획(0.13%) 등 6개 계열사가 24.0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보통주 기준, 8월 8일 현재),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전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자기주식 11.25%를 제외하고 65%를 차지하는 일반 주주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에 따라 이번 유상증자의 성패가 갈리게 되는데, 삼성 측의 기대와 달리 일반 주주들의 참여율이 낮아 실권주가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면 이를 누가 인수할지가 문제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유상증자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실권주 인수 등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가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삼성중공업의 주주계열사들이 초과청약이나 실권주 일반공모 등을 통해 현재 지분율 이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의 이사 선임 및 경영전략의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 이는 총수일가와 미래전략식의 소관 사항이라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권한이 없었는데, 어찌 책임을 부담하라고 하는가"라며 "따라서 삼성전자 등 주주계열사들이 현재 지분율 이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수일가와 경영진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부실경영 책임은 의사결정을 한 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자구계획에는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외에 총수일가가 책임을 지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또한 유상증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총수일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인데, 이 부회장 등은 오히려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계열사들이 실권주를 나눠 인수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경제개혁연대는 설명한다.

삼성은 지난 해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실권주를 인수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지만, 현재의 삼성중공업은 아직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나설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괴변'이라고 비판했다. "자본잠식 여부가 총수일가의 책임 여부를 좌우하는 유일 조건이 아니다"라며 "이 부회장이 나설 상황이 아니라면, 삼성전자 등 주주계열사들은 왜 현 지분율 이상의 부담을 져야 하는가"라고 경제개혁연대는 반문했다.

이어 "올 상반기 삼성중공업은 단 한 척의 신규 수주도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조만간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다"며 "채권은행들이 운전자금 공급마저 주저하는 상황(부도에 근접한 상황)에서 사실상 최후의 수단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이 부회장이 비켜서 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에 다름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만약 삼성중공업 유상증자가 성공하지 못하고 삼성 측이 이를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해결하고자 한다면, 다시 말해 삼성전자 등 주주계열사들이 현재 지분율 이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는 삼성중공업의 부실을 다른 계열사의 외부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며, 해당 계열사에서 이를 결정한 이사들은 배임 등의 법적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회장이 지금이라도 지배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삼성중공업 실권주 처리 원칙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