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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광성 의원외유 사라져야 한다

여름만 되면 의원신분을 가진 공직자들이 해외 나들이를 많이 간다.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기회만 있으면 나랏돈으로 외유라는 명목의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그 중에서 의원외교와 같은 구체적 공무의 성격을 지닌 것도 없지 않지만 많은 외유는 사실상 관광에 중점이 두어져 있다. 이런 해외시찰이나 관광성 외유를 의원들은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처럼 생각하고 정부예산의 지출에 대하여 합목적성이나 합법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충북도의원들의 해외시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번 해외방문은 청주등지에 엄청난 폭우로 물난리가 나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에 감행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비난여론이 일자 동행했던 도의원 2명은 조기 귀국하였으나 나머지 의원과 공무원 6명은 어제 귀국하였다. 물난리 속에서 이루어진 이들의 여행은 이름은 연수라고 되어 있으나 파리개선문, 피사의 사탑 등 관광지 위주로 짜여져 있었다. 마르세유 관광센터나 피렌체 및 밀라노 시청방문계획도 포함시켜 놓고 있으나 공적여행의 구색을 맞추려고 끼워 넣은 흔적이 없지 않다. 이런 여행이 과연 충북도의회가 성명서를 통해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수재민들의 아픔을 보살펴 달라”고 한 호소를 넘어 시행될 가치가 있었던 것일까? 충북도의회는 이번 여행참가자들에 대하여 “여론 고려해 징계수위를 결정 하겠다”고 하고 있다. 충북도민들은 이들이 귀국 후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 사과를 하였지만 충격과 분노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고 시민단체는 “수해복구 중 해외연수를 떠난 도의원들은 즉각 사퇴하라”고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추경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에서는 의결정족수가 네 명 모자라 회의가 지연되는 사태가 있었다. 의결정족수가 150명인데 처음 회의 참석인원은 146명이었다. 민주당 소속 국회원이 27명이나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들 불참의원중 상당수는 해외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과연 몇 명이나 국회불참을 정당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공무로 여행을 갔는지 의문이다. 과거에는 중요한 회의가 있으면 집권당 국회의원을 해외여행을 미루거나 여행중 이라도 일시 또는 조기 귀국하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추경예산의 국회의결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국정과제였다. 대통령 당선 후 처음 업무지시가 일자리문제 해결을 위한 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고 추경은 바로 이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저런 사유로 국회 예산심의가 늦어져 두어 달 만에 겨우 국회에서 예산을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여당의원이 유유자적하게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인가?

국회의원이든 지방의원이든 정부예산으로 여름 휴가철에 즐기는 외유나 해외여행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름뿐인 의원외교나 허울 좋은 해외연수는 이제 더 이상 의정활동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 이런 비생산적인 해외나들이에 투입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감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난리 속 유럽연수 떠난 충북도의회
물난리 속 유럽연수 떠난 충북도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