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흔히 대권이라고 한다. 대권을 가진 자를 전제군주국가에서는 천자라고 하였고 천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하였다. 대권은 그만큼 거대한 권력임과 동시에 신성하고 고귀한 권력이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권이 어떻게 행사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과 국민들의 삶이 달라진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하여 우리는 이런 사례들을 생생하게 보아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대권을 행사한지 벌써 100일째다. 박전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 태도와 달리 탈권위적 자세와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하여 우리는 대통령과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동시에 새 내각의 구성과 계속적으로 쏟아지는 새로운 정책을 통하여 정치가 달라지고 있음도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경제와 국민들의 삶도 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감지할 수도 있다. 다만 최근 미국과 북한이 조성한 말싸움으로 조성된 위기상황이 우리 국민들을 다소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최고통치권자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은 국민들을 넓게 바라보고 국가의 미래를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을 넓게 바라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위한 지도자이며 동시에 이들을 위하여 국가 지도자를 등용하는 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내 동지와 선거 때의 우군만이 일꾼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천하의 인재를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자을 골라 국가의 요직에 앉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대통령은 과거에 같이 일한 적이 있다고 하여 박기영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하였다가 과학기술계와 야당의 반발로 자진사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박기영은 모든 국민을 놀라게 하고 실망에 빠뜨린 황우석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임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 어찌하여 그를 그 중책에 임명하였는가. 그보다 유능하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학자가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는 문대통령의 시야가 넓지 못한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문대통령 취임 초기 강조하였던 협치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협치가 원만하지 않은 이유에는 야당의 발목잡기도 없지 않지만 문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에 의존하여 야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다. 민주정치 체제에서는 오늘의 여당이 내일의 야당이 되고 오늘의 야당이 내일의 여당이 되기도 한다. 오늘의 정치에서 꼬여서 잘 풀리지 않는 문제는 멀리 내다보고 문제를 풀어 가면 예상외로 잘 풀리는 수가 있다.
새 정부의 성공영부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스템이 거의 갖추어졌고, 국가발전을 위한 기본계획도 대충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문대통령과 정부의 지도자들은 세상을 보다 넓게 보고 멀리 보면서 일하는 자세를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