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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살충제계란대책, 또 실기하는 것 아닌가?

유럽 각 국에서 살충제계란으로 정부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을 때 이런 문제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국내산계란에서도 살충제성분이 검출되고 이에 따라 전국 대형마트에서는 계란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 의하면 일반 농가도 아닌 경기도의 친환경 산란계농장이 출하한 계란에서 살충제성분인 ‘피프로닐’과 ‘피펜트린’성분이 기준치를 넘어 발견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담당공무원들이 농가현장을 방문하여 잔류농약검사를 실시하던 중 발견된 것이니 더욱 걱정스럽다.

이런 사태에 직면하여 정부는 전국의 모든 산란계농장에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시중의 계란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살충제 계란이 이미 시중에 유통되고 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잔류농약검사를 소홀히 한데서부터 찾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국회의 정기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2013년도부터 2016년까지 산란농장과 계란에 대한 잔류농약검사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같은 기간 동안 소, 돼지, 닭을 상대로 한 잔류농약검사는 연간 1000건 안팍으로 시행되었을 뿐이다.

이런 부실검사가 지적된 후 잔류농약검사 시행되기는 했으나 전국 농가 60곳을 표본조사하는 데 그쳤는데 이는 전국 산란농장 1456곳의 4%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류용진 식약처장은 지난 10일 가지간담회에서 유럽 여러 나라가 살충제계란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 해와 올해 조사결과 국내산 계란과 닭고기에서는 피프로닐이 검출되지 않아 안심하고 생활해도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5일이 채 지나지 않아 부실검증과 정부의 늑장대응이 드러나고 말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마리농장’에서는 유럽에서 문제를 불러 일으킨 피프로닐이 발견되고, 경기도 광주의 ‘우리농장’에서는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한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이번에 검출된 피프로닐은 반복적으로 섭취할 경우 간장, 신장 등 장기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는 독성물질이며, 비펜트린도 미국환경보호청에 의해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상태다. 더욱이 피프로닐은 위험성이 높아서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였을 뿐 닭에게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 여름 폭염으로 산란계농장에 닭진드기가 번지게 되자 일부 농가에서는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축사 소독용으로 뿌렸으면 모르지만 닭장 속에 까지 뿌리면 문제는 심각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농민들의 무지와 부도덕성, 그리고 당국의 감독소홀이 이번 사태의 기본적 원인이다.

공공문제가 불거지면 항상 제 때에 예방과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밝혀진다. 계란은 국민들의 가장 중요한 영양식품이고 앞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도 다가오고 있는데 살충제가 불러일으킨 계란파동을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정책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적기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면 호미로 막을 재앙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정책당국자들은 가슴깊이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