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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속도의 경쟁

현대사회의 특징은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이다. 기술이 변하고 생활도구가 변하고 사고방식이 변하고 인간들의 삶이 변한다. 변화를 주도하면 생존과 번영을 구가하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 쇠퇴하고 멸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변화의 속도 중에서 가장 눈부시게 발전한 것 중의 하나는 교통 통신분야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와 통신혁명은 인터넷을 통하여 우리의 삶을 지난 세대 사람들이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바꾸어 놓았다. 근래 세계적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경제, 사회문화뿐만 아니라 정치적 영역에 까지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도구를 이용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괴한 이 전자도구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도구를 이용하면 세계의 모든 정보가 순식간에 손안에 들어오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고 또한 즉시 파악될 수 있다.

근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교통분야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속도경쟁이 우리의 눈을 끌고 있다. 시속 350km로 중국 북경에서 상해까지 네 시간에 주파하는 고속철도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바로 후싱호다. 이 고속철도는 시속 4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서울-부산을 달리는 고속철도는 겨우 시속 200km이다. 중국대륙을 이렇게 빨리 달리는 고속철도에서 인터넷서비스까지 제공된다고 하니 엄청나게 빠른 고속철도 안에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변화를 빠른 속도로 잡아낸다고 상상해보자. 현대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속도의 경쟁을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고속철도 길이는 2만 2천km로서 현재 전 세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선진국의 4차 산업혁명에 속하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AI와 융합기술에 대한 대기업투자는 해가 갈수록 증하고 증가속도는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산업의 대체, 고기능 로봇에 의한 인간의 노동대체 등이 점차 가시권내에 들어오고 있다. 외국의 연구소나 산업기술계를 돌아다녀 보면 변화와 발전의 속도는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정부와 기업의 예산구조를 분석하여 보면 이 분야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런 변화의 속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음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변화속도는 상대적으로 너무나 늦은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옆 나라 중국의 고속철도 산업에 비하여 우리나라가 고속철도산업이 크게 뒤처지는 것 같이 4차산업혁명의 대열에서도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이미 상당히 뒤떨어지고 있다. 산업기술발전을 위한 속도의 경쟁에서 우리가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하여서는 이제부터라도 속도의 경쟁에서 앞서가는 나라들을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과 정부, 기업과 연구소 등이 혼연일체가 되어 세계적인 속도의 경쟁에서 그야말로 처절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영종 동국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