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표가 어제 국민의 당 전당대회에서 다시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정동영, 천정배, 이언주후보를 누구로 유효투표의 51.1%를 획득하여 가까스로 결선투표로 행하지 않고 대표의 자리를 다시 얻게 된 것이다. 그는 선거과정에서 집권세력의 독선과 오만을 막겠다고 하였다. 그는 “13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돈을 받았다고 한 한명숙전총리에 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가지 부정하면 큰소리치는 모습에서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고 하면서 코드인사, 선심공약, 안보무능 등을 문재인정부의문제점으로 조목조목 거론했다.
안 대표는 당선 후 기자들과의 문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직접 만나 소통하고 여러 가지 의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앞길은 그리 밝지 많은 않다. 그의 지지자들이 겨우 절반을 넘어서기는 하였으나 그의 당내 외 지지기반은 너무나 취약하다. 당내 주류인 동교동계와 호남세력은 호시탐탐 그의 리더십을 무력화할 기회를 엿보게 될 것이며, 지금 호남국민들의 대다수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호남지역의 문재인지지도는 90%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정당지도자의 역할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진로를 강력한 야당당수이면서 동시에 선명한 정책노선을 내 세우는 전략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의 선명성이 약화되면 곧바로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에 흡수되어 버릴 것이고, 정책노선의 위치는 진보쪽에 더불어 민주당, 보수쪽에 자유한국당이 자리 잡고 있어 제3당이 차별적으로 자리 잡을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본래 안 대표가 취한 정책노선은 중도노선이었고 실용주의였다.
희랍철학이나 중국 고대사상에서 중도주의는 진리에 접근하는 가장 지혜로운 길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개인의 생활이나 국가의 정치에 있어서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고, 지금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에서도 정책전문가들의 상당한 선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문대표가 이런 정치철학을 어느 정도 실현할 가능성이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소수당인 바른정당이 바로 이런 정치노선을 걷고 있으니 바른정당과 연대하여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는 길이다.
그리고 더욱 큰 현실적 과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의 장을 하나도 되지 못하면 국민의 당이 설 자리는 이 나라에서 찾기 어렵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하여 선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의 당 지지도는 5%정도로 모든 정당 중에서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 허물어져 가는 정당을 되살리자면 안 대표는 이번이 정치가로서의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온 몸을 던지는 자세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중도주의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정치적 모험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이철승 전의원의 선례를 보면 된다. 이전의원은 김영삼 전대통령, 김대중 전대통령과 더불어 40대기수론을 외칠 때 가지 유능하고 촉망받던 정치가였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중도통합론이 실패하면서 쓸쓸히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안 대표는 정치선배가 남긴 교훈을 잘 명심하고 야당지도자의 험로를 헤쳐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