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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부채 1400조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밝힌 바에 의하면 지난 8월 말 기준 가계부채가 드디어 1400조를 넘었다고 한다. 2012년 905조에 지나지 않던 것이 5년 사이에 55.4%나 증가한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비율은 너무 높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대비 가계부채비율은 86.8%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치인 72.4%를 훌쩍 넘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부채에 대한 심각성을 정부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정부가 본래 8월말에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다시 이것을 9월로 연기하고 있다. 과도한 부채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가계와 사회불안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불과 0.6에 지나지 않는다. 그 외 수출 및 고용지표도 호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막는다고 대출규제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이런 금융규제가 주춤거리고 있는 경기회복세를 또다시 주저앉힐까 걱정이 되는 바 없지 않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억제해야 하는데 함부로 총량규제를 하는 것이 거시경제 운용을 어렵게 할 수도 있어 금융당국은 정책딜레마에 빠지고 만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깊이 검토해보아야 하는 것은 가계부채의 질이다. 위험성이 높은 부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부채가 자산보다 높은 고위험부채가 46조 4000억 원에서 62조원으로 증가하였고, 그 중 대부분은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많고 또한 정부의 최근 대출규제정책이 시행되면서 늘어나 신용대출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잘못하면 한국경제와 사회안정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자율이 조금만 올라도 파산하는 가계가 늘고 연쇄적으로 금융권이 휘청거릴 수 있고, 이는 한국경제와 사회의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도 그런 불안요인이 눈뭉치처럼 커져 발생한 것이다. 이제 정부는 늘어나는 정부부채와 더불어 양적 질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하여 깊은 고민과 적절한 대응책을 조속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