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각진 턱이 콤플렉스였던 A씨는 추석 연휴에 사각 턱과 광대 축소, 턱 끝 성형 등을 하는 이른바 '안면윤곽 3종' 수술을 예약했다. 최장 열흘까지 쉴 수 있어 성형수술에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B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일을 쉬게 돼 이참에 가슴 성형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유명하다는 병원 몇 곳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이번 추석 연휴에 예약이 너무 많아서요…."
주말 포함 열흘간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를 앞두고 20∼30대 여성들이 즐겨 찾는 미용 관련 커뮤니티와 인터넷 카페 등에는 명절 맞이 대신 성형수술을 받는다는 글이 숱하게 올라와 있다.
추석연휴 특수에 성형외과 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부분 병원은 추석 당일을 전후해 2∼3일만 휴진하고 나머지 휴일 기간에 정상 진료를 한다고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알리며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했다.
가슴 수술로 유명한 서울의 한 성형외과는 '가슴 단 3일!'이라는 문구와 함께 "연휴에 수술하면 당일 퇴원이 가능하고 충분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다"고 광고했다. 10월 말까지 수술에 따라 20만∼50만원 할인해준다는 병원도 많았다.
성형 후기나 병원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추석 성형', '연휴 성형' 등 광고 글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일부 병원은 3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쌍꺼풀 수술이 가능하다며 '반짝 이벤트'를 내세웠다.
29일 유명 성형외과 10여 곳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현시점에서 추석 연휴에 수술을 예약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각 병원에서는 상담에 따라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면서도 예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추석 전날인 10월 3일 개천절에도 수술 예약이 꽉 찼다"면서 "연휴 기간에 수술 예약이 많아 이번 주 초반까지는 상담을 끝내야 한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형외과 관계자는 "병원마다 비슷하겠지만, 확실히 추석 연휴에 수술이 많이 잡힌 상태"라면서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형 대목'을 노리고 환자를 유인하고자 시술 후기 등을 조작해 홍보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불필요한 수술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 5월에는 성형수술 후기 공유 앱에 허위로 고객 후기를 작성해 올린 혐의로 성형외과 21곳이 경찰에 적발돼 원장과 의사, 광고 대행업체 직원 등 50여 명이 입건되기도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추석 특수'라고 할 만큼 환자가 많은 시기"이라면서 "할인이나 1+1 혜택 등 광고에 현혹돼 불필요한 수술을 하지 않도록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대표는 "의료진이 한정된 상황에서 예약이 몰리면 유령 수술, 대리 수술 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정부 당국도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지나친 성형 광고는 모니터링을 통해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