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을 제대로 임명하지 않고 김이수대행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려던 문대통령의 의도는 국회의 반발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내부의 집단적 결정에 의하여도 어렵게 되었다. 청와대는 헌법재판관 8명의 동의에 의하여 김이수 재판관을 내년 그의 임기가 끝날 때 가지 직무대행으로 유지하려고 하였기 때문에 법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8명 전원이 16일 재판관회의를 가진 결과 “조속히 헌법재판소장 임명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결론을 짓고 이를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요청하였다. 이를 보면 김이수대행체제를 재판관 전원이 동의했다고 한 청와대의 발표가 과연 사실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입지가 좁아지는 이런 상황은 결국 현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법학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보더라도 지금은 헌재소장을 직무대행체제로 유지할 시기가 아니다. 지명권자인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내에 인사절차를 방해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이수 직무대행체제를 고수하려고 하는 것은 결국 코드에 맞는 인사를 차지 못하기 때문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회의 동의절차는 헌법에 규정된 것이며 이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다면 이는 김이수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직무대행으로 직무를 내년 그이 임기 말 까지 지속케 하는 것은 법 논리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문대통령도 변호사 출신이고 조국 민정수석도 법학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형식논리만 가지고 김이수 대행체제가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아니한다.
더욱이 헌재소장 임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여야 협치가 절실히 요구되는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시기라는 데 있다. 여소야대정국에서 야3당이 거부하면 어떤 의사진행이나 의결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 이 상황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문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협치의 중요성을 유달리 강조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야3당이 강력하게 거부하고 있는 대행체제를 지속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여야 갈등이나 국회와 행정부의 갈등이 지속되어서 좋을 것은 없다.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 자체의 생존을 위하여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또한 최고의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조직적 권위와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하여서라도 하루빨리 대행체제를 벗어나도록 소장후보자를 지명하고 비어있는 한 사람의 헌법재판관 한 자리도 신속하게 채우도록 하는 것이 합당한 처사이다. 그리고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을 물색하는 데 있어서는 이념 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넓은 시야를 가지고 전국의 유능하고 덕망 있는 인재를 두루 찾아보는 적극적 노력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