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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모험 과제' 지원하고 있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교수는 연구를 하며 자신의 연구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다. 일정 수준에 이르게 되면, 연구자는 실제 산업에서 관심이 있을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다. 교수 본인은 굉장한 성과로 생각하나, 응용될 가능성이 적은 경우가 많기도 하고 반대로, 회의적 시각으로 연구·개발(R&D) 교류를 했는데 "무척 중요한 기술"이라는 피드백이 나올 때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재단이 연구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진 연구자를 발굴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지난 2013년 만들었다. 국가에서 지원하지 못하는걸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내 민간 기업 최초의 연구 지원 사업이었다. 정부와 민간의 협업으로, 정부와는 별개로 모험적인 연구를 하고자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과 관련, 민관공동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출자를 했을 뿐이며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신임 이사장에는 김성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를 선정했다. 김 이사장은 "100% 공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출자를 하고 기술을 빼간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목표를 이렇게 잡았지만 아직 많이 사용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은 "'1년에 얼마 쓰자'라고 하면 소진되겠지만, 그게 아니라 아직 사용을 못하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이 돈을 못쓸거 같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하기 원해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금액이 크고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 분야에 관계없이 지원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과제 관리에도 결과를 중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연구 과제를 보지는 않는다. 연구자는 1-2페이지 분량을 내고 만다. 논문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기술의 창출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후속 과제 진행을 위해서도 논문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올 필요는 없다.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연구가 중요할 뿐이다. 이게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서면 심사 시 오직 2페이지에 첨부 1페이지만 가지고 한다고 한다. 음 센터장은 "첫줄에는 연구 제목이 들어가고 그 다음에는 내용이 있다. 성명, 나이, 학교 등에 대해서는 기재되지 않는다. 오직 과제 내용만 있다"며 "본인을 유추할 수 있는 문장을 삭제하게 한다. 교수에게 말해 지워달라고 한다. 서류상으로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게 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브리핑실에서 가진 해당 사업에 대한 상반기 선정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기초 과학, 소재 기술, 정보통신기술 등 3개 연구 분야에서 44건의 연구 과제를 선정했다. 각각 16·11·17건이다. 617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세계 최초를 추구하는 모험 과제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보안 서약을 해 기술적으로 염려되는 부분은 없다고 했다. 출허 출원과 관련, 국내에는 500여건이 돼 있고 해외에는 130여건이 있다. 음 센터장은 "특허 지원은 2015년 부터 시작했다. 교수가 특허를 내고 싶다고 하면 가장 좋은 사무소를 지원해 준다. 그래서 특허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며 "필요하면 해외 출원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해외 출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음 센터장은 "특허 출원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낸 적도 있다"며 "반도체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교수가 창업을 하든, 삼성전자에서 만들어지던지 특허 출원이 기술에 대해 권리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법적 장치"라며 "제일 좋은 조건 하에 특허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고 했다.

애플이나 구글의 자유로운 연구·개발과는 달리, 정부든, 기업이든 관리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에서 공익 재단을 만들어 순전히 연구자들에게 결정권을 주고 아카데믹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이것이 시작됐다고 했다.

상반기 선정 결과에서는 50% 가까이가 젊은 연구자였다. 의도한 게 아니라 결과를 보니 이랬다고 한다. 이는 전체 아카데미 차원에서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겠다.

재단은 3-4년이 지나면 큰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삼성전자 브리핑실에서 진행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상반기 선정 과제 소개' 관련 자리에 참석한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맨 좌측),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신임 이사장(가운데).<사진=박성민 기자>
▲10일, 삼성전자 브리핑실에서 진행된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상반기 선정 과제 소개' 관련 자리에 참석한 음두찬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장,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신임 이사장, 심사위원장인 연세대학교 김은경 교수(좌측부터).<사진=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