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커지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해외생산과 수출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 확산 우려와 수요절벽 우려에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도 유럽 공장을 줄줄이 멈춰 세웠다.
▲유럽 자동차 공장이 멈춘다…현대차도 불안=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국이 도시 봉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남부 유럽지역의 자동차 공장들이 먼저 문을 닫았다.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도 스페인과 이탈리아뿐 아니라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도 2∼3주간 중단키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유럽 공장 가동을 대부분 중지하기로 했고, 미국 포드도 독일 쾰른과 자를루이스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BMW도 유럽과 남아공 공장 가동을 이번 주말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멈춘다고 밝혔다.
도요타도 영국, 프랑스, 체코, 터키 등 유럽과 아시아 공장을 닫기로 했다.
미국에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코로나19에 대응해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계속 가동한다고 해도 각국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서 부품 조달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수요쇼크' 판매가 문제…현대차 주가 급락=해외 자동차업체들이 유럽 공장을 세우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수요 감소전망 두 가지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처방을 내놔도 효과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고가 내구재인 자동차가 많이 팔릴 수가 없다.
특히나 이동제한 조치는 자동차에 영향이 크다. '집콕' 생활에 가전제품은 필요해도 자동차는 중요하지 않다. 자동차는 구매과정에서도 영업점을 방문해서 직접 살펴보고 시승까지 한 뒤 구매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자동차 업계는 전망이 굉장히 불투명하고 외환위기·금융위기에 뒤지지 않는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며 "유럽과 미국에서 수요 쇼크가 왔고 앞으로 아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으로 번지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은 국내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2월 중단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주 60시간 근무를 검토하는 정도다. GV80, 쏘렌토 등 인기 차종은 1년치 주문이 거의 다 들어온 상황이며 팰리세이드도 여전히 수개월 대기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해외발 수요감소 쓰나미를 피하기 어렵다.
이미 현대차 주가는 바닥을 알 수 없게 추락하고 있고 실적전망치 하향조정 발표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18일 기준 7만3천500원으로 전날보다 8% 넘게 떨어졌다. 시가총액은 16조원대에 불과하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5일(11만4천원) 이후 9 거래일 연속 급락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이 시장의 평균 예상이었는데 이제는 8천억원대 전망이 나온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업계가 이번 사태를 감당할 수 있을지 참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얼마나 퍼지냐에 따라서 시나리오도 워낙 다양하다"며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2천억원에서 8천4천억원으로 30% 줄였는데 더 떨어지는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 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와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아직 단언하긴 어렵지만 지금 상태로 간다면 연간 판매가 10∼20%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우려를 토로했다.
김준규 이사는 "수출업체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수출업체들이 무너지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세계 수요가 회복됐을 때 대응을 못하고, 그러면 내수도 망가진다"며 "우리가 준비하지 못하고 있으면 중국이 시장을 다 차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자동차 부품사는 이 상태가 몇 달 이어지면 하반기에는 부도나는 곳들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