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6개국에 가스 수출을 중단했지만, 가스 가격 급등으로 러시아의 수익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CNN 비즈니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전날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가스 대금을 결제하길 거부한 덴마크 에너지 회사 '오스테드'(Ørsted)와 다국적 에너지 기업 '셸 에너지 유럽'(Shell Energy Europe)과의 계약 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덴마크와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이 중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 수출을 중단한 유럽 국가는 두 나라를 포함해 폴란드와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등 6개국으로 늘어났다.
러시아 국영 가스 수출업체 '가스프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러시아가 11개 구소련 공화국들로 구성된 독립국가연합(CIS) 이외의 나라로 수출한 가스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하지만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달 동안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액은 470억 달러(약 58조7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가 됐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은 줄었지만, 수입은 늘어난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가스 담당 애널리스트 제임스 헉스텝은은 CNN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평균 가스 가격이 1메가와트시(MWh)당 96유로(약 12만9천원)까지 올랐다며 "러시아가 수출을 더 줄이지 않는 한 수익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스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줄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유럽을 향해 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로는 이를 따르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우회 방법을 제시했다.
가스 구매 업체가 가스프롬의 자회사 가스프롬뱅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달러나 유로화를 입금하면 가스프롬뱅크가 루블화로 환전해 가스프롬으로 이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방법에 대해 EU 관료들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위반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업체 에니(Eni) 등 유럽의 주요 가스 회사들은 이 같은 결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가스 수익이 계속해서 지금 같은 상황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EU가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를 더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다.
EU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등 연말까지 러시아 가스 소비를 66% 줄이기로 했다. EU 회원국들도 11월까지 자국의 가스 저장소를 최소 80%까지 채워 겨울에 닥칠 가스 공급 중단의 충격을 줄이기로 했다.
CNN 비즈니스는 러시아 가스의 경우 주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이 이뤄지는 만큼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더 줄이면 대체 고객을 찾기 어려워 러시아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