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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공포에 잠못드는 영끌족·자영업자…"월급 반 이자로"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대출로 생계를 꾸려온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전 재산에 대출까지 끌어모아 내 집을 장만한 '영끌족'부터 예비 신혼부부, 자영업자들은 더 많은 이자 부담 증가에 노출돼 어디까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위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하며 서대문구의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직장인 이모(34) 씨는 14일 "지금도 이미 대출 원리금으로 한 달에 180만 원 이상을 내는데 여기서 금리가 더 오르면 200만 원을 넘게 내라는 소리"라며 "월급은 정말 그대로인데 컵라면만 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하는 전세살이에 지쳐 지난해 은평구에 자가를 마련한 40대 직장인 A씨도 요즘 매달 은행에서 보내주는 문자메시지를 열어보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지난해 35년 상환 조건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는데 자고 나면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4% 초반대 금리가 현재 0.3% 정도 올라 월 상환 금액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은행이 예금 금리를 쥐꼬리만큼 올리면서 대출 금리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듯이 올리고 있다"며 "정부가 공기업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한다는데 서민을 핍박하는 금융권에도 칼날을 들이대길 기대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의도 직장인 박모(38)씨도 주택 구매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았는데 지난해와 비교해서 한 달에 40만 원 정도를 더 부담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문화생활과 의복 구입 등 우선순위가 덜 한 것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아이에 대한 걸 줄일 수 없으니 여름 휴가도 포기하고 부모가 쓰는 걸 줄여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젊은 부부 중 갭 투자를 했거나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은 집을 당장 팔 수도 없으니 견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출
[연합뉴스 제공]

30대 직장인 범모 씨는 "상가를 살 때 대출이 잘 나와서 부모님이 다산신도시에 하나 장만했다. 50% 이상이 대출이다. 그런데 고금리로 바뀌면서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료 수익에서 남는 게 별로 없다"며 "그래서 가게들 임대료를 올리려고 하는데 자영업자들은 반대하니 애로가 있다더라"고 말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집 마련과 예식 준비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예비 신부 이모(29) 씨는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지난해 금리가 2.2%였지만 지금은 3.6%까지 올랐다. 예비 신랑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한 달에 둘이 내는 이자가 200만 원대였는데 지금은 300만 원가량"이라며 "결혼 준비에도 자금이 들다 보니 또 카드를 쓰게 되고 빚이 늘어나며 악순환"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예비 신부 김모(28) 씨도 "예비 신랑은 5년 고정, 나는 1년 고정으로 억대 대출이 있는데 걱정된다"며 "한 명 월급이 원금과 이자 상환으로 나가는데 카드값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부모 도움을 받지 않으면 청년층은 집 장만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카페 등 온라인에서도 "아무래도 올해 안에 미국금리 3%, 내년까지 4%까지는 무조건 갈 것 같다. 영끌러들 망했다", "월급의 반은 이자로 나가고 주식과 코인 둘 다 해서 -30% 이상 찍힌다", "전세자금 대출금리도 오르나. 변동금리 재산정 3개월 남았다" 같은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재확산세와 고금리가 겹치며 다시 떨고 있다.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민호(45) 씨는 "소상공인 대출을 세 차례 1천만 원씩 받았다. 그건 고정금리라 이자가 크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워서 다른 대출을 받았는데 그걸 소상공인 대출받은 거로 메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방모(74) 씨도 "5천만 원 정도 대출을 받았는데 이자 부담이 커서 원금을 일부 상환해버렸다"며 "금리가 오르면 돈 많은 사람만 좋고 어려운 사람들은 계속 어려워진다"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