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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수입 멸균우유 마셔도 될까, 국내 원유와 차이는?

최근 국내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우유가 들어가는 가공품의 가격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으로 서민 물가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

비싼 국내 원유의 대체안으로 떠오른 것이 수입산 멸균우유다.

수입산 우유는 멸균처리를 통해 유통기한을 늘렸으며 국내 원유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수입산 멸균우유의 신선도와 신뢰성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수입산 멸균우유는 무엇이며 국산 우유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정리했다.

▲소비자 우윳값 부담 증가에 수입 멸균유 수요 급증

지난 7월 낙농가와 우유 업체의 가격 협상 결과 10월부터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리터당 996원에서 88원 올린 1084원으로 인상됐다.

이로 인해 서울우유와 남양우유 등 우유 업체 역시 4~7% 수준의 가격 인상을 발표하면서, 대형마트 우유의 가격도 3000원을 넘겼다.

이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외국산 멸균우유로 돌리게 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2023년 9월호 축산 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제품 수입이 지난해 동분기와 비교했을 때 대부분 하락세인 반면 멸균유는 7,256톤에서 12,134톤으로 67.2%의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2023년 우유 수입량 추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2023년 우유 수입량 추이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기본적으로 우유는 상하기 쉬워 유통기한이 짧지만, 수입 멸균우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살균우유보다 높은 온도에서 원유를 가열해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뒤 포장한다.

대표적 수입 멸균유인 폴란드 ‘믈레코비타’는 플랫폼에 따라 1L에 1300원에서 1700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된다.

곧 3000원을 넘길 국내산 우유와 비교했을 때 두 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수입 멸균유를 구매하는 계기는 긴 유통기간으로 인한 보관간편성과 낮은 가격 등에 의한 호기심이 많다”라고 전했다.

또 “수입 멸균유를 구매할 때는 원산지가 어디인지를 가장 많이 따지고, 그 다음 신선도, 가격, 브랜드 순이다”라고 덧붙였다.

▲수입산 우유 품질 논란, 마셔도 될까?

하지만 여전히 멸균우유를 쉽사리 장바구니에 넣기 어려워하는 소비자도 많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이유는 신선도 때문으로, 우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살균 우유와 멸균유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처리 방식이 다르기에 멸균우유를 싱겁게 느끼거나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더러 있다”라고 말했다.

수입산 멸균우유 중 가장 유명한 폴란드의 '믈레코비타' 우유
수입산 멸균우유 중 가장 유명한 폴란드의 '믈레코비타' 우유 [자료=믈레코비타]

같은 이유로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커피 업계에서도 이미지를 중시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경우 수입 멸균우유 사용에 선뜻 손을 대지 않는 경향도 볼 수 있다.

대신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영세 카페가 수입 멸균우유의 주된 수요처로 떠올랐다.

이는 소규모 업장이 재고 관리가 어렵고 본사의 지원도 없어 가격이 싼 수입 멸균우유가 있어야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한편 국내 원유업체 및 일부 매체에서는 수입산 멸균우유에 대한 세균 수 등급이나 체세포 등급을 확인하기 어려워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외국에서는 우유에 등급을 표시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에 품질 보장이 어렵다는 말도 언뜻 신빙성 있어 보이지만, 이에 대해 무조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의 우유 품질 등급은 크게 ‘세균 수 등급’ 과 ‘체세포 수 등급’으로 나뉜다.

국산 우유의 1등급 품질 기준
국산 우유의 1등급 품질 기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먼저 ‘세균 수 등급’은 말 그대로 우유 속 세균이 얼마나 적은지가 기준인데, 멸균유는 말 그대로 내부에 세균이 없으므로 국내 기준에서는 가장 높은 1A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어 ‘체세포 수 등급’의 경우 우유 내부에 젖소의 체세포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표다.

병에 걸리거나 나쁜 위생 상태에서 사육된 소는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우유에서 체세포가 더 많이 검출되는 경향이 있어 젖소의 건강을 확인하는 지표로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의 건강상태를 알려주는 '간접' 지표로, 체세포 수가 적다고 반드시 우유가 신선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