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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정위 역대급 과징금 얻어 맞은 쿠팡..소비자 신뢰 잃었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역대급 금액을 얻어 맞고 "로켓배송 서비스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라는 강경한 입장까지 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과된 1400억원은 쿠팡의 작년 영업이익(6174억원)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쿠팡 화면 랭킹 순서에서 직매입·PB(자체 브랜드)상품을 우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고 공정위는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쿠팡이 PB 상품의 구매 후기 작성에 임직원을 동원한 것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 아니냐"라는 논란도 있었는데 공정위는 이것에 대해 위법하다고 봤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19년 2월부터 작년 7월까지 약 4년 반 동안 6만4250종의 직매입·PB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로 인위적으로 올렸다. 직매입 상품은 5만8658종, PB상품은 5592종이었다. 중개상품은 밑으로 내려갔다.

쿠팡은 랭킹 순위를 3단계로 산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1단계과 2단계에서는 객관적인 판매량, 가격 등으로 판별했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오로지 자사 상품에 대해서만 각종 방식으로 순위를 올려줬다고 공정위는 봤다. 2020년 쿠팡 PB 상품인 '탐사수'는 순위가 올라가기 전에는 랭킹 순위가 100위 밑이었는데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1위로 올라갔다. '곰곰 크리스피롤', '코멧 대용량 리빙박스' 등의 상품도 마찬가지로 100위 이하에서 1위로 올라갔다.

쿠팡 자체적으로도 이 같은 조작에 위험성을 느끼지 않았던건 아니었다. 공정위가 확보한 쿠팡 내부 문건에는 "아무래도 인위적으로 (상품) 랭킹을 올리다보니 많은 법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라는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

쿠팡 임직원이 구매후기를 작성해 높은 별점을 줘 소비자를 기만하기도 했다. 쿠팡은 2019년 부터 작년 7월까지 '쿠팡 체험단'에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 2297명을 동원, 최소 7342종의 PB 상품에 7만2614개의 구매후기를 작성하도록 했다. 평균 4.8점(5점 만점)의 높은 별점을 줘 소비자를 기만했다. 쿠팡 체험단은 인기가 없거나 출시 초기인 PB 상품을 일반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상품 후기를 작성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됐는데 쿠팡 체험단에 의한 후기가 잘 달리지 않자 임직원을 동원한 것이었다.

쿠팡이 임직원에게 시킨 매뉴얼을 보면, '장점 위주로 서술', '4줄 이상 작성', '하루 내 작성', '(임직원) 회사가 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 등의 요구를 했다. 임직원들은 "상품이 좋다"라는 후기만을 달았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가 느낀 제품 만족감과는 격차가 났다. 2020년 판매된 '캐럿 여섯 모크넥 플리츠 원피스'에 대한 임직원 별점은 평균 4.3점이었으나, 이후 달린 소비자들의 평균 점수는 2.8점 밖에 되지 않았다.

'곰곰', '코멧' 자주 본 명칭이다. 상품 검색 후 윗쪽에서 저 명칭의 상품을 자주 보게 됐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이 쿠팡에서 이런 행위가 있을 것이란 것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겠으나, 이것이 사실임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상품 소비에 더 의심과 경계를 하도록 쿠팡은 만들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쿠팡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이처럼 소비자를 속인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판매량이 더 높지도 않은 자사 PB 제품을 알로리즘 조작을 통해 상단에 노출되게 한건 소비자를 속인 행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쿠팡은 "유통업체의 상품 진열을 문제 삼는 건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라고 반발하며 오히려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쿠팡은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됐다.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