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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원 이상 주요 대기업, 순익 감소에도 계열사 `급증`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12일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자산이 5조원을 넘어 상호출자가 제한된 기업집단이 지난해 9개 기업이 추가 지정돼 55개에서 올해 63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상위 경제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편입된 곳은 한라그룹과 교보생명, 태영, 한국타이어, 이랜드, 부산항만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도시공사, 농협 등 9곳이며, 지난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됐던 하이닉스는 올해는 에스케이그룹에 포함돼 전체적으로는 8곳이 늘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계열사는 크게 늘려 악화된 수익성을 `문어발 경영`으로 해소하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채무보증제한 대상 63개 기업집단의 평균 매출액은 23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지정된 55개 기업집단의 평균 매출액인 22조4천억원보다 8천억원(3.6%) 증가한 수치다. 총 매출액은 올해가 1천461조원으로 지난해 1천233조8천억원보다 227조2천억원(18.4%) 증가했다.

기업집단별 매출액은 삼성이 224조8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K(154조7천억원), 현대자동차148조9천억원), LG(111조8천억원), 포스코(79조7천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기업진단들은 매출 증가에도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63개 기업집단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9천900억원으로 지난해 지정 55개 기업집단의 평균 당기순이익 1조3천100억원보다 3천200억원(24.4%) 감소했다. 총 당기순이익 역시 62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72조2천억원보다 9조8천억원(13.6%) 감소했다.

기업집단별 당기순이익 규모는 삼성이 17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11조원), SK(6조4천억원), 포스코·신세계(각 3조8천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당기순이익이 많이 감소한 집단은 삼성(-4조6천억원), 한국전력공사(-3조원), LG(-2조4천억원), 한진(-2조3천억원), 현대(-1조4천억원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기업집단들의 이같은 수익성 악화에도 계열사는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지적을 받고 있다.

63개 기업집단의 평균 계열사 수는 29.1개로 지난해 지정 55개 기업집단 평균 계열회사 28.3개보다 0.8개(2.8%) 증가했다. 총 계열사 수로 보면 1천831개로 지난해보다 무려 277개(17.8%) 증가했다. 특히 2년 연속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54곳의 계열사는 117곳이 늘어, 전년 대비 42.2% 증가했다.

63개 기업집단의 평균 자산 총액은 31조4천억원으로 지난해(31조7천억)보다 3천억원 줄었다. 하지만 2년 연속 지정된 집단(54개)의 평균 자산총액은 35조2천억원으로 지난해(32조)보다 10% 늘었다.

상위 그룹의 계열사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2007년 59개였던 삼성의 계열사는 지난해 78개, 올해 81개로 늘어났고, 현대차도 4년만에 계열사를 36개에서 56개로 늘렸다. SK가 94개, LG가 63개의 계열사를 각각 보유 중이다. 계열회사 수가 많은 집단은 SK(94개), 대성(85개), CJ(84개), 삼성(81개), 롯데(79개) 등의 순이었다.

대기업 계열사는 1997년 819개(당시는 30대 그룹 기준)까지 늘다가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을 거치며 2000년 544개로 급감했다. 하지만 불과 10여년만에 1831개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대기업 계열사 증가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돈이 되면 중소기업 업종까지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한다는 지적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외 경기가 침체되고 중소기업의 경영환경도 어려운 상황인데, 재벌들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재벌 대기업들로의 경제력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의 계열사 증가는 신성장동력 등 신규사업에 진출하는데 따른 것이고, 또 글로벌 경제하에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얻기 위해 기업집단의 대형화를 억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오로지 돈벌이 차원에서 `문어발 경영`에 나섰기 때문에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극히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가 독단적 판단으로 인해 경영에 실패할 경우 외환위기 시 상당수 대기업집단들의 도산이나 사업 실패로 엄청난 공적자금이 투입된 바 있듯, 대부분의 손실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그 폐해가 매우 크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도입하고 지원한 중요한 제도 중의 하나가 지주회사인데,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의 투입이 필요하다는 부담으로 삼성그룹을 위시한 일부 대기업집단은 아직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같은 경우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대 20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지주사를 만들고 지주사 아래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 20%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시가총액 190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을 20% 매집하기 위해선 38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로 바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순환출자 고리를 먼저 끊고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간다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단순히 순환출자 고리만 끊는다고 지배구조에 무슨 개선 효과가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의 투명하고 책임성 있는 경영을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중요하며 기업이 어떤 형식의 지배구조를 선택하던 간에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해야한다고 의견이 나온다. 사외이사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과 사외이사에 대한 시장의 평판에 의한 규율이 이루어지게 해야 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이들 대기업의 주식소유 현황과 지분구조 등을 분석해, 오는 7월 각 기업집단별 내부지분율, 순환출자 현황 등의 출자구조를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