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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도 보이지 않는다"...경제학 상식도 비껴간 증시 주변자금 107조원

투자자들이 에탁금을 비롯한 증시 주변자금이 100조원 대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1% 초반 정기예금 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2007년 금융위기 보다 배 이상 많아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증시 주변 자금은 10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투자자 예탁금 21조8천억원과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7조1천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71조3천억원, 위탁매매 미수금 1천200억원, 신용융자 잔고 6조8천억원, 신용 대주 잔고 57억원을 합한 결과이다.

증시 주변의 부동 자금 증가는 그만큼 확신이 서지 않아 증시 주변만 맴돌 뿐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자금이 많다는 뜻인데 이는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7조원 이던 것이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3조원으로 불어났는데 올해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가 넘는 것.

그만큼 투자자들이 느끼는 증시 투자매력이 줄고 있다는 반증인데 실제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식 거래대금 합계는 2천54조원에 그쳐 전년보다 10.3%나 급감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에 그치는 만큼 통상 초저금리는 증시활황으로 이어저야 하는 것이 경제학의 상식인데 올해 이렇지 못한 것에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와 조기대선 국면으로 나타난 국내 정치 불안과 중국의 위안화 약세와 미국 트럼프 당선인이 촉발할 무역장벽 우려 등 대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전망 또한 낙관적이지 않는데 올해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여파로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주택대출금 이자부담이 커져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관망세가 주류를 이룰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경기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은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달 기겁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번달 전망치는 89.9로 8개월 연속 100을 하회했는데 100 이하인 경우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1분기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 또한 밝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내놓은 '2017년 1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예상하는 이번 1분기를 바라보는 경기전망지수(BSI·100으로 갈수록 경기전망이 좋다고 본다)는 68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1998년 IMF 당시 수준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의 51%는 보수적 경영방침을 가지고 있으며 보수적 경영방침을 밝힌 기업들 중 '현 상태를 유지할 것'과 '기존사업 구조조정'에 응답한 기업도 각각 65%, 17%를 기록해 80% 넘는 기업들의 향후 움직임은 밝지 않다.

대한상의는 “수출과 내수 동반침체로 2010년 18.5%수준이던 제조업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3.0%까지 떨어졌다”며 “미국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브레이크 등으로 자금난으로 이어지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