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자 고교동창을 살해한 범인이 수사당국의 끈질긴 DNA 추적 끝에 범행 31년만에 꼬리가 잡혀 유죄를 선고받게 됐다.
3일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샌타클라라 고교에 다니던 메리 퀴글리(당시 17세)는 1977년 9월 집 근처 공원에서 성폭행당하고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퀴글리는 숨진 당일 자정께 파티를 마치고 친구 집으로 향하던 도중 변을 당했으며 미 수사당국은 파티에 참여했던 남자 등을 중심으로 목격자 탐문 수사를 벌였다.
수사당국은 퀴글리가 숨진 날 열렸던 파티 참석자 중 1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추적 조사를 벌였으나 유력 용의자가 얼마 뒤 사망해 버려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되자 퀴글리의 가족과 친구들은 퀴클리의 피살과 관련한 소식을 웹사이트에 올리고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을 내걸며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해 왔다.
범인으로 드러난 리처드 아키베크의 DNA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수사당국은 아키베크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배심원들은 지난 2일 아키베크에 대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아키베크는 오는 27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유죄가 그대로 인정될 경우 범행 당시의 법률 규정에 의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배심원 중 1명은 "수사당국이 밝혀낸 아키베크의 DNA 조사 결과 아키베크가 퀴글리를 마지막으로 본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퀴글리의 친구들은 "아키베크는 학교생활이 좀 이상했다. 항상 혼자였고 의안인 눈알을 빼내 책상에 놓고 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아키베크는 과거 사촌과 총놀이를 하다 그만 실명하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아키베크는 퀴글리를 살해한 뒤 학교를 그만두고 `자유인'으로 살아오다 지난 2006년 별개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 연루돼 수감 생활을 해 왔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아키베크가 별도의 성폭행 범행을 저지르는 와중에 DNA 추적 조사를 계속한 끝에 퀴글리 사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증거를 확보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키베크는 자신의 동창인 퀴글리가 숨질 때의 나이와 똑같은 17세의 딸을 두고 있다.
퀴글리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무거운 짐을 이제야 벗어던진 기분이다. 내 딸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고 전해주려 한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