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 WBC > 김태균ㆍ윤석민 등 ‘깜짝스타’ 탄생

아쉬운 준우승으로 끝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었지만 한 달 가까이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몇몇 선수들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야구계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의 활약은 앞으로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로 더 뻗어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태균 `왕별'..이범호.이용규도 `반짝' = 누구보다 대표팀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김태균(한화)은 이번 대회 가장 빛난 별이다.

9일 일본전 결승타를 비롯해 타점 11개에 홈런도 5개를 기록하며 타점 1위, 홈런 공동 1위에 올랐다. 초대 대회에서 홈런왕(5개)과 타점왕(10개)을 차지했던 이승엽(요미우리)을 넘어섰다.

김태균 본인은 존경하는 선배인 이승엽에 한참 못미친다며 겸손해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솔직히 처음에는 (이승엽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잘해줬다"라며 높이 평가했다.

특히 일본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멕시코의 올리버 페레스(뉴욕 메츠), 베네수엘라의 카를로스 실바(시애틀) 등 메이저리거 투수들을 상대로 `대포'를 3개나 뺏어내며 단숨에 세계 야구계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김태균에게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가 벌써 `입질'을 시작했고 메이저리그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김태균의 위상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범호(한화)와 이용규(KIA) 역시 국제무대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범호는 김태균과 함께 홈런 3개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대호에 밀려 3루수에서 밀려날 뻔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그 자리를 꿰찬 뒤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결정적 순간에서 기대치의 몇 배를 해줬다.

아시아예선전에서 이종욱에 밀려 선발출장하지 못했던 이용규는 미국 본선에서 펄펄 날았다.

16일 멕시코와 경기에서 빠른 발로 상대 실책을 유도하고 동점을 만드는데 앞장선 이용규는 18일 일본전에서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안타로 물꼬를 튼 뒤 바로 2루를 훔치며 일본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를 흔들어 1회에만 3점을 뽑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준결승전 베네수엘라 루이스 소호 감독이 2-10으로 대패한 뒤 "이용규를 2루로 못 가게 하는 게 목표였는데 볼넷을 내줬고 이후 한국의 의도대로 실책도 나왔다"라며 공개적으로 칭찬할 정도였다.

◇ 윤석민ㆍ정현욱 호투에 `세계 깜짝' = 마운드에서는 국제무대에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윤석민(KIA)과 정현욱(삼성)이 단연 최고의 수훈감이었다.

윤석민은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에서 미겔 카브레라 등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강타선을 상대로 6⅓이닝 동안 산발 7안타 2실점으로 잘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20개나 친 강타자 보비 아브레우가 "윤석민은 슬라이더를 잘 던져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완패를 시인할 정도의 구위였다.

4경기에서 16.0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1.13으로 2승을 거둔 윤석민은 한국의 결승행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한국 계투진의 중추를 담당한 정현욱은 무명에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선발투수진이 붕괴된 소속 팀에서 이틀이 멀다 하고 등판해 `정노예'라는 별명을 얻은 그였지만 국가대표 발탁이 처음일 정도로 국제무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정현욱은 결승까지 5경기에 등판, 계투진 중 가장 많은 10⅓ 이닝을 던졌다. 안타 8개를 맞아 2점을 내주긴 했지만 한국 투수 중 가장 많은 13개의 삼진을 잡아내면서 `닥터 K'로 떠올랐다.

특히 시속 150㎞ 달하는 묵직한 직구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체인지업으로 일본과 멕시코, 베네수엘라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정현욱의 재발견'에 중요한 `자료 화면'이 될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일본전에서만 2승을 거둬 `의사(義士) 봉중근'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은 투수 봉중근(LG)과, 현역 메이저리거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초반 부진에 허덕이다 막판 홈런 2개로 존재감을 과시한 추신수(클리블랜드)도 세계 야구계에 강한 인상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