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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조민아가 국내 창작뮤지컬의 대표작 '온에어 3'의 김순정 PD로 돌아왔다.
2008년 3월 첫선을 보인 '온어에 1'에서 김순정 역을 맡으며 작품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조민아가 자신의 실력만큼이나 '확' 달라진 시즌 3에서 원년 멤버들과 다시 뭉친 것.
특히 이번 '온에어 시즌 3'에서 조민아는 극의 중심축으로서 균형을 잡으며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역할도 덤으로(?) 얻었다.
조민아는 '김순정' 역으로 원캐스팅 발탁됐지만 상대역인 '알렉스'는 뮤지컬 배우 송용진, 가수 알렉스, 신예 최민성 등 3명이 캐스팅되면서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김순정'이었고, 2009년 같은 시기에 또 다른 '김순정'으로 살아가는 조민아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돌아온 '온에어', 비슷할 줄 알았는데 정말 달라?!
뮤지컬 '온에어 시즌3'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이 시작된 후에도 대본과 뮤직 넘버가 바뀌며 '창작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
그만큼 시즌 1과 3의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 기존 게스트 중심에서 벗어나 화려한 쇼 뮤지컬로서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김순정-알렉스의 러브라인이 강화됐다. 뮤직 넘버도 시즌 1 때와는 완전히 달라서 공연이 없는 매주 월요일도 배우들은 연습하느라 시간 내기도 어렵다고.
돌아온 김순정, 조민아는 "완전 다른 극이에요. 한번 했었기 때문에 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없어요"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김순자와 알렉스의 러브라인이 더 뚜렷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더 마음에 와 닿으실 것"이라고 자부했다.
시즌 1에서 김순정의 짝사랑이라는 면이 강했다면 시즌 3의 특징은 알렉스와 김순정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이 잘 드러난다는 게 조민아의 설명이다. 또 '알콩달콩'한 사랑이 단순히 '달콤'하지는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사랑에는 예쁜 모습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프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이 이번에 잘 드러나요"라고 설명했다.
◇ 온에어 3의 포인트? 트로트 '짜라자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랑, 그것을 연기하는 조민아는 이번 뮤지컬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은 트로트 '짜라자짜'를 개사한 곡을 꼽았다.
조민아는 "가장 빵 터지는 부분이 '짜라자짜'에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 대본도 안 나오고 곡도 선곡 안 됐던 때가 있었는데 배우들끼리 '우리가 하자'라고 의기투합해서 곡선별에서부터 개사까지 전부했어요"라며 "배우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그런지 관객분들도 재미있어 하세요"라고 입을 열었다.
트로트 가수 주현미와 그룹 소녀시대의 서현이 불러 잘 알려진 트로트 '짜라자짜'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극 중 '짜라자짜'는 '남자는 행동, 입은 식사 전용, 키스 전용'이라고 말하는 남자와 '입은 뒀다 뭘 할 거냐, 말을 해야지'라고 주장하는 여자의 다툼을 코믹하게 다룬 장면이다.
이 곡이 사랑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조민아는 "이 장면에서 크게 웃으신 관객분들이 돌아가시면서 '사랑은 그런 거지'라고 생각하신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알렉스 오빠 팬 중에 한 분은 '정말 재미있게 봤다'라고 쪽지도 보내주시더라고요. 감사해서 바로 답을 보냈죠"라고 즐거운 에피스도를 전했다.
라디오 방송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온에어'는 마치 청취자들의 사연을 듣는 것처럼 리얼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면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조민아의 말처럼 '커피 한 잔 하며, 인생이야기 나누며 꺼낼 수 있는 뮤지컬'인 셈이다.
◇ 3명의 남자 배우와 조민아, '매너리즘에 안 빠지죠'
송용진, 알렉스, 최민성과 호흡을 맞추는 조민아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3명이 많이 달라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 중 가장 호흡이 잘 맞는 배우는 '온에어 1'에서 알렉스 역을 맡았던 배우 송용진.
조민아는 "용진 오빠와는 공연도 했고, 대화도 많이 하며 함께한 시간이 가장 많죠"라며 "'잘 지내셨어요'라는 대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용진 오빠죠. 호흡이 잘 맞기 때문인지 관객분들도 '무대 위에서 정말 예쁘게 사랑하는 느낌'이라고 말해주세요"라고 평했다.
뮤지컬 공연은 이번이 처음인 알렉스는 무대 위에서 종종 실수를 하며 소심한 A형답게 조민아의 '눈치'(?)를 본다는 후문이다.
조민아는 "얼마 전도 알렉스 오빠가 소품을 들고 나오지 않아서 관객 분들이 크게 웃으신 적이 있어요. 이은미 씨의 노래 '애인있어요'를 부르며 가슴이 찡해지는 장면을 바로 뒤에 연기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안 잡히더라고요"라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무대 위에서 가장 DJ 같은 사람이 알렉스 오빠죠. 극 중 라디오 방송하는 장면 많은데 관객분들은 '정말 공개 방송에 온 청취자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시더라고요"라고 알렉스를 치켜세웠다.
신인 연기자이자 배우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최민성은 알렉스 사이에서도 '가장 알렉스다운 배우'라는 평을 듣는다고. 큰 키와 잘생긴 얼굴에서 연예인 포스가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조민아는 "이승기 씨의 '내 여자라니까'라는 노래가 잘 어울릴 것 같은 친구"라며 "아직 신인이라서 맞춰야 할 게 많아요. 성장했으면 하는 애정을 담아서 제가 제일 많이 지적하기도 하죠"라고 밝혔다.
3명의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추며 매일 다른 공연을 하는 것 같다는 조민아. 그는 "배우로서는 원-원 캐스팅이면 더 좋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며 "관객분들은 '골라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만족도도 조금씩 다르고 평가도 달라지더라고요"라고 매번 다른 공연을 하는 즐거운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 연습광 조민아, '배우로서 사랑받고 싶어요'
조민아는 공연을 하러 극장에 가면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극장에는 연습 공간이 따로 마련돼있지 않기에 화장실에서 발성 연습과 목을 푸는 작업, 노래 연습을 하기 때문이라고.
조민아는 "뮤지컬은 아무래도 노래가 연기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니까 더 신경이 쓰인다"며 "이은미 씨의 '애인있어요'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워낙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노래라 배우인 제가 해석력이 더 나으려면 계속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죠"라고 밝혔다.
그녀가 해석하는 '애인있어요'는 짝사랑을 아름답게 부르는 느낌을 살리기보다 30대 여성이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부르는 느낌이다. 조민아가 부르는 '온에어'만의 '애인있어요'에 여자 관객들은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또 조민아는 "뮤지컬을 하면서 줄곧 원캐스팅이었어요. 몸이 힘들어도 원캐스팅을 하겠다는 게 연기자로서 저와의 약속이죠"라며 "뮤지컬 '렌트'를 하고 바로 이 작품에 투입됐을 때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쉬고 싶었지만 그래도 원캐스팅을 한다고 했죠"라고 사연을 전했다.
요일마다 다른 인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어떤 한 시기에 김순정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아요"라며 "내공이 있으면 한 번에 여러 작품을 할 수도 있겠지만 더 깊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죠"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는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만큼 중도에 배우로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어요"라며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요. 물론 열심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잘해야 하겠죠"라고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때 뮤지컬 이외에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조민아는 "뮤지컬 장르 이외에도 드라마나 방송 쪽으로 스펙트럼을 넓혀서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어요"라며 "뮤지컬을 하면서 노력하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경험을 했거든요. 깨지고 부딪히고, 가끔은 힘들겠지만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용기를 얻었어요"라고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민아는 현재 뮤지컬 배우 사이에서도 연예인 출신,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뗐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만큼 독하게 무대에 집중해 왔던 그가 어떤 장르의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는 옷걸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민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