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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외국계 자본 매각 득실은>(종합)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23일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가 참여한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계 TR아메리카 등 2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외국계 자본에 팔리게 됐다.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2곳 모두 재무적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우건설이 이른바 `먹튀성' 국외 자본에 희생되거나 기술유출 등의 피해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대우건설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투기자본 희생양될 수도 =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는 모두 외국계 사모펀드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으로, 기업 인수 과정에서 차익을 목적으로 한 재무적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

TR아메리카 컨소시엄의 경우 티시만(Tishman Construction)이라는 미국계 건설사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지만 국제 건설업계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 컨소시엄 모두 재무적 투자자이거나 전략적 투자자의 비중이 미미할 경우, 일정기간 이후 주식을 처분해 이익을 환수하는 것이 주목적인 사모펀드 특성상 대우건설이 수년 내에 다시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 펀드가 단기차익에 집중한 나머지 대우건설의 영업력과 브랜드 등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고유 기술ㆍ공법의 해외 유출이나 자산 매각 등에 따른 국부 유출도 우려된다.

실제로 외환은행과 극동건설을 샀던 론스타펀드는 기업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에만 관심을 둬 '먹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줬다.

또 쌍용차의 경우 이 회사를 인수했던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투자를 외면한 채 기술 빼 나가기에만 열중했던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베즈파트너스와 TR아메리카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나 유상감자, 자산매각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들 외국계 펀드의 실체가 불분명해 대우건설이 앞으로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 것인가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대우건설이 쌓아온 지명도 등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외수주 시너지 가능할까 = 대우건설이 이번 재매각으로 해외 수주에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은 지난달 초 우선인수협상 대상자 명단에 아부다비투자공사가 참여한 자베즈파트너스가 이름을 올리면서부터다.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중동 국부펀드를 투자자로 끌어들인 자베즈파트너스는 초반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고,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이 발주되는 UAE 건설 시장에서 대우건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실적을 견인한 해외수주 중 72.6%가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점을 지적하며, 자베즈파트너스의 인수가 대우건설의 해외 매출 비중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런 예측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UAE의 경우 프로젝트 부문별로 저마다 다른 국영기업이 발주하고, 전 세계 유수 건설사들이 치열하게 수주전을 벌이고 있어 금융투자자 위주인 일개 국부펀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투자에 집중하던 아부다비투자공사가 갑자기 투자방식을 바꿔 대우건설의 중동지역 수주에 지원사격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설령 대우건설이 수주면에서 이득을 보더라도 해외 경쟁업체들이 반발하는 등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미국계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는 하지만 지명도가 있는 회사가 아니어서 해외 수주면에서도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건설 노조 반발.."매각 원점부터" =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지만 매각절차를 마무리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금호아시아나의 불투명한 매각절차 등을 문제 삼아 실사 저지 등 `실력 행사'를 해서라도 매각을 막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본입찰을 앞두고 컨소시엄을 재구성하거나 갑자기 새로운 인수후보가 등장하는 등 선례와 어긋난 상황이 입찰 과정에 비일비재했다"며 "금호아시아나가 입찰 참여업체로부터 입찰 보증금도 받지 않은 채 매각을 진행한 것도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베즈파트너스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아부다비투자공사와 접촉한 결과 대우건설 입찰에 관심이 없다고 회신하는 등 컨소시엄 구성의 진위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무효로 하고 원점부터 재매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욱동 노조위원장은 "투기자본일 가능성이 크고 실체도 불분명한 외국계 펀드에 회사를 넘길 수는 없다"며 "실사 저지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매각 진행을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