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의 경쟁적 생필품 가격 인하가 소비자들의 마음이 얼마나 움직이게 할까? 더 이상 '할인'마트가 아닌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 경쟁이, 인터넷 몰이나 오히려 값싼 동네 슈퍼로 향했던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얼마나 되돌리게 할까?
신세계 이마트가 7일부터 삼겹살·세제·우유·계란 등 12가지 핵심 생필품에 대해 4%에서 최대 36%까지 가격인하에 나섰다. 또한 향후 주요 생필품 추가 가격인하는 물론 올해 안에 모든 상품의 가격을 인하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홈플러스·롯데마트도 미취급 제품인 코디3겹 데코웰빙황토를 제외한 11개 제품에 대한 인하조치를 취해 본격적인 가격경쟁에 돌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전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기에 환영할 만 하지만, 이러한 대형마트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1분기 예상되는 경영애로 요인으로 지적했던 '동일유통업태와의 경쟁(23.4%)'이 연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
과다경쟁으로 인한 낮은 마진이 결국에는 납품업체들에게 영향이 미쳐, 계속된 성장률을 이루고자 하는 대형마트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이마트가 매입볼륨을 확대해 매입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한정된 물량으로 장기간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힘들기에 얼마 하다가 슬그머니 가격을 올릴 것이다 △물품량을 조정해 가격을 인하했다고 말하는 눈속임일 것이다 △마트에서 취급하고 있는 수 만개의 제품 중 몇 가지 상품으로 마트 제품이 싸다는 여론몰이다 △대량 매입이 힘든 동네 상권을 더욱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마트의 생필품 인하 조치에 긴급회의에 들어가 서둘러 동일품목 가격 인하를 추진했던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과연 이마트가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판매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은 일주일정도·나머지 품목은 이마트의 인하 기간과 동일하게 가격 인하를 하겠다는 방침이며, 롯데마트는 이마트의 갑작스러운 인하에 대응하는 차원이지 물량 확보문제로 지속적으로 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고객 가치 극대화 위해 생필품 인하
대형마트측은 생필품 가격 인하 조치에 대해 고객가치 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마트는 "단기간 저렴하게 판매했던 기존 방식은 유통업체들이 고정된 이익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대형마트 중심' 영업방식이었다"며 "대형마트가 업체 간 경쟁에만 치우치다 보니 온라인몰 등의 업태간 경쟁에서도 뒤쳐지는 것은 물론 고객이동이라는 고객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자체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세계 이마트는 올 한해 영업이익 1천억 이상을 투입해 자체마진을 줄이고 이를 가격에 반영, 판매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 나갈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작년 5월부터 인기생필품 1천 가지 품목을 대상으로 6주 간격으로 최저가에 판매하는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며 "올해도 100여 개 신선식품과 500개 가공일용상품 등 가격에 민감한 총 600여 개 생필품을 선정해 연중 초특가에 판매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또 "이마트의 가격 인하 조치는 소비자의 가치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일로 대형마트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생필품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밝혔지만,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생필품 할인이 이마트의 대대적인 홍보로인해 이마트를 따라 인하 조치 대응을 취한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불편한 기색이다.
또한 롯데마트는 "전단행사 상품과 별도로 이마트와 동일한 품목의 생필품 가격을 인하했으며, 전단행사 상품이 될 시 훨씬 더 싼 값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마트의 가격 인하로 시작된 경쟁적인 대형마트들의 할인이 올 한해 유통업계에 전망됐던 대형마트 저성장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