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가사를 전업으로 삼은 남성에게 신용카드 발급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판단, 금융기관에 신용카드 발급심사 기준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3월 백모(33) 씨는 "국민은행이 여성 가사전업자에게는 배우자 동의와 결제능력을 전제로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하지만 남성은 배우자가 결제능력이 있더라도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했다"며 진정을 낸 것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직권으로 16개 신용카드 발급 기관을 조사, 11개 신용카드 발급기관은 배우자의 동의와 결제능력을 전제로 가사전업자에게 성별과 상관없이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 발급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가사전업자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하지 않는 5개 은행 중 3개 은행은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신용카드 발급 심사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남성의 가사 전담을 일반적인 사회현상으로 보기 어렵고 단순 무직자와 가사전업자의 객관적 구분이 곤란하다"며 "가사 전업을 명목으로 결제능력이 없는 남성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하면 경영상 수익성과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남성을 가사전업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가사전업자를 여성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배우자 간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고용의 유동성 증가로 배우자간 역할이 바뀔 수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우자의 동의와 결제능력이 확인되는 한 실제 가사 수행 여부가 신용카드 발급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은 아니다"라며 "남성 가사전업자에게 카드 발급이 경영상 수익성, 건전성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