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연이은 상장으로 국내 증시 판도가 크게 뒤바뀔 전망이다.
오는 17일 대한생명에 이어 5월 중반에는 국내 최대 생보사 삼성생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보험주 몸집이 급격히 불어나며 삼성생명 등 상장을 앞둔 생보사 투자 가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또 국내증시에서는 처음으로 '생명보험 테마'가 형성되고 생보사 지분 보유 업체도 자산가치가 뛰어오를 수 있다.
대형주의 '입성'으로 코스피200 지수도 변화가 불가피하며, 당분간 관련 추종 상품에 혼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상장하는 두 생보사의 시가총액은 2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여, 주식 물량 부담에 따른 증시 조정이 얼마나 길어질지도 상당한 관심사다.
◇ 삼성생명·대한생명 시총 27조원 돌파 전망..금융주,IT주와 어깨 나란히
삼성생명은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액면분할 이후 15만원까지 치솟았으나 대한생명 공모가가 희망 범위를 밑도는 8200원에 결정되자 눈높이가 조절되고 있다. 현재 장외 매매가는 11만~12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최종 공모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지만 10만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10만원으로 결정된다면 삼성생명이 이번에 발행하는 총 주식 2억주로 예상 시가총액은 20조원, 현 시가총액 6위인 KB금융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먼저 상장이 이루어지는 대한생명(공모가 8200원,시가총액 7조1천억원)은 하나금융지주(7조1천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0위권을 넘본게 된다.
업종별로는 'IT 독주체제'가 깨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시가총액은 현재 137조원대에서 164조원대로 급격히 불어나며 IT(193조원)에 근접하게 된다.
화학(88조원), 운수장비(85조원), 철강금속(70조원) 등 나머지 업종은 모두 100조원을 크게 밑돈다.
◇ 코스피200 추종 상품 혼란
대한생명과 삼성생명 모두 규모에서는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될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지수 편입을 위한 일정 경과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에 당분간 코스피200에 편입이 되지 못한다.
대한생명은 6월 특례편입[시총의 1%(현재 8조7800억원)이상이 넘는 대형주일 경우]을 노릴 수 있지만, 무산되면 내년 6월 정기변경을 노려야 한다. 삼성생명은 일정상(상장후 30일 지나야 하는 조항)9월 특례편입이 확실시된다.
그동안 코스피200지수는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관계가 99.9%에 달할 정도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지만 대형 생보사들이 포함되지 않으면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형 생보사가 코스피200에 편입되지 못하는 공백 기간에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 코스피200지수는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코스피200지수가 갖는 대표성이 훼손될 경우 이를 추종하는 많은 투자상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코스피200선물로 헤지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은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거래소 측은 "초대형 공모주라도 예외를 적용하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어 원칙대로 코스피200 편입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이다.
◇'생보 빅뱅' 파장..물량 부담으로 조정 국면 맞을 수 있어
생보사 상장이 보험·금융 업종을 넘어 증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섣불리 예상하기는 어렵다. 우선 물량 부담으로 증시 전반이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외국인 수급에 의존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등 증시 투자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생보사 공급 물량이 온전히 소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예측이 많다.
또한 통상 월간 IPO 금액이 1조원을 넘거나 시총의 0.2%를 웃돌 경우 조정 국면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한생명과 삼성생명의 신규 물량은 수급 측면에서 악재이다.
특히 생보사의 물량 부담은 외국인의 매수세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5월 초 삼성생명 공모청약을 앞두고 자금 마련을 위해 외국인이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실탄' 확보를 위해 주식을 팔 경우 시장 수급은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4월 일본 다이이치생명이 118억달러(약 13조3100억원) 규모의 공모에 나서고 AIA생명을 인수한 영국계 보험사 프루덴셜이 홍콩 상장을 추진 중인 것도 부담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상반기 아시아 주요 기업의 IPO 총액은 350억달러(약 39조48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아시아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간주하는 외국인 투자자 처지에서 급증하는 아시아 주식 물량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시아 지역 주식 물량 부담이 기업 펀더멘털과 관련된 사안이 아닌 수급 악재 요인인 만큼 2분기 이후까지 증시를 끌어내릴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