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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美 ‘더블딥’ 우려…세계경제 '먹구름'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지난 11일 경기둔화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미국의 조치를 분석하는 한편 파급효과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이날 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보유중인 모기지담보증권(MBS)의 만기도래 물량으로 미 재무부 국채를 매입해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본격적인 시중금리 하향 안정을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하반기 경제운용에 있어서 호주 등 다른 나라의 출구전략과 달리 제로금리와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이는 금융위기때나 사용하는 정책"이라고 표현했다. FRB가 미국 경기를 이렇게까지 보는 이유는 최근 미 경제지표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6일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9.5%의 고실업률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가 13만1000개 감소해 두 달 연속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문제는 국내 경제가 미국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 상반기 우리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7.6% 성장했지만 3~4분기에는 경기회복세의 탄력이 둔화될 게 확실하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둔화도 확인되고 있다.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38.1% 증가한 반면 수입은 22.7% 늘어나는 데 그쳐 무역수지 흑자가 287억3000만달러로 지난 18개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수입이 계속 감소세를 보이며 대(對)중국 수출비중이 25%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또 12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미국의 경기둔화의 영향을 쉽게 간과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 금리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통위는 지난달 9일 17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금리 인상을 단행한 7월 금통위 회의때보다 지금은 '동결론'과 '인상론'이 한치 앞도 가늠키 어려울 만큼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부동산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대부분의 시장전문가들은 물가인상요인과 금리인상부담을 이유로 '금리동결'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대외경제 악화라는 요인이 곧 있을 9월 기준금리 인상론을 부추기고 있다.

하반기 물가 상승 압박도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7월 기준금리 인상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으나 향후 경기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요 압력 증대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밀, 옥수수, 대두 등 곡물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곡물 가격의 지표격인 소맥(밀) 선물은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서 근월물 기준으로 지난달 말 부셸당 6.6달러에 거래돼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말의 6.8달러 이후로 20개월 만에 가장 비쌌다.

특히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 조치로 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지난 6월 초 만해도 부셸당 4.2달러에 머물렀던 선물 가격은 지난 5일 7.85달러로 급등했다. 7월 한 달 동안 무려 42.3%나 상승해 월간 상승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와 도시가스요금을 각각 3.5%, 4.9%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