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대표직에 복귀한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우리은행이 쌍용건설의 분식회계로 인한 부실대출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김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5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95~1997년 쌍용건설의 임원으로 재직하며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경영난 악화를 우려, 공사수익을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거래은행인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은 허위로 작성된 재무제표에 근거해 대출과 지급보증을 했다가 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지자 기업개선약정에 따라 채권액 일부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채무면제했다.
이후 은행 측은 회계책임자인 김 회장을 상대로 592억원의 미회수 채권액 중 일부인 48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긴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던 이번 사태가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실형을 선고받고 4년 만에 복귀한 김 회장은 우리은행에 15억원을 물어줘야만 한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금융 사고에 대한 은행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유사소송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 변호사들의 공론이다.
이와 관련 건설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의 원심 확정은 명확한 판례가 되기 때문에, 은행의 업무태만에 대한 과실을 인정한 이번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유사소송의 지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심 재판부가 우리은행이 전문 금융기관으로 쌍용건설의 신용상태나 자금회수가능성을 사전에 제대로 심사하지 않은 점을 들어 1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라며 “이는 금융 사고에 대한 은행의 과실을 인정한 명확한 판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판시한 이유는 우리은행이 주식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쌍용건설과 합의한 만큼 은행 측에도 잘못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김 회장이 배상할 손해액도 줄어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금융기관이 출자전환된 금액을 현실적으로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손해배상 청구에서 은행 측의 과실을 인정한 징벌적 성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쌍용건설의 신용상태나 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 회장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12억 9천300만원을 배상하라고 1심 재판부가 판결한 바 있고 대법원 또한 금융권 과실에 대해 70%의 책임을 지운만큼 은행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사법당국의 결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그린의 변호사는 “은행 측의 과실을 인정 15억원의 원심판결을 확정한 것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은행권의 과실을 일정부분 인정해 손해배상 액을 결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손해배상청구가 징벌적 성격이 포함된 만큼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져 책임을 분담시켜야한다는 법원의 의지가 담긴 판결”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