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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양형감소 목적 ‘사회환원’ 지킬 것 강제해야

최근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및 SDS인수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으로 2천500억원 상당의 배임혐의를 받았던 이건희 삼성회장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무혐의 처분에 따라 기 납부한 금액 중 227억원을 제외한 2천281억원을 이 회장이 돌려받자 이곳저곳서 법치주의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는 성토가 들리고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타당한 조처다. 일부 유죄 판정을 받은 22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배임이 아니기 때문에 이 회장에게 돌려준 것뿐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배임혐의에 대한 피해액 2천500억원을 책임지겠다는 조건으로 선처를 요구한 바 있고 지급 또한 완료가 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나서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돈을 돌려준 모양새다.

게다가 이 회장과 위 두 회사 사이에, 법원에 제출한 서류 외에 또 다른 비밀 약정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이번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조짐이다. 이 약정에 따르면 검찰 수사에 따라 이회장이 에버랜드와 SDS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를 근거로 2천281억원을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는 이 회장이 검찰 수사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거짓으로피해액 입금 보증서류를 낸 것뿐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재벌총수들은 불법 탈법 문제가 생기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하곤 했지만 그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태 또한 위기에 처하면 국민들 앞에서 재산 기부나 사회 환원 약속을 한 뒤 위기가 지나가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재벌총수들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했다고 볼 수 있다.

재벌기업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이중 잣대를 적용, 제대로 된 처벌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법치국가라는 말이 무색해질 따름이다. 최소한 양형감소를 목적으로 약속한 사회 환원만이라도 지키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법치주의의 근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선처를 호소하며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재벌총수들의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