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12월 북미 시장에서 선보일 '에쿠스'가 한국 판매가보다 낮게 책정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회사측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될 에쿠스의 가격은 탁송료를 포함해 기본형인 '시그너처'가 5만8900달러(약 6640만원), 고급형인 '얼티미트'가 6만5400달러(약 7260만원)다. 두 모델 모두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차량(최고급 모델)과 같은 4.6ℓ DOHC 타우엔진이 장착돼 385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반면 에쿠스의 국내 판매가격은 3.8 럭셔리 모델이 6622만원, 4.6 프레스티지 모델은 1억900만원이다. 즉, 미국 판매가격이 국내 최고급 사양 모델에 비해 3000만원 가량 저렴한 셈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미국은 차량 가격에 부과되는 별도 세금이 없는 반면, 국내는 배기량 2000㏄ 이상의 경우 특소세와 교육세, 부가세 등 24.3%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가격 정책에 대해 시장 안착을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고급차 시장에 진출한 경쟁 업체들로부터의 학습효과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토요타의 경우 1990년 미국시장 진출 당시 렉서스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설립해 벤츠 E클래스의 77%, S클래스의 48%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런칭했다"며 "낮은 가격책정에 따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면 폭스바겐은 최고급 세단 페이톤을 미국 시장에 론칭할 당시 초기 가격을 높게 잡아 현지 소비자로 부터 외면을 당했다"며 "결국 북미시장 판매 가격을 재조정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영업점 관계자는 "미국 판매 차량과 국내 판매 차량의 가격 차이에 대한 불만은 매번 나온다. 쏘나타나 그랜저도 그래왔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세금과 편의사양 때문이라고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고객들이) 잘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편이다"며 "편의사양을 줄이고 옵션으로 바꿔주면 좀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국내와 해외에서의 가격 차이에 대한 논란은 그간 계속되어 왔다. 일부에서는 80%에 달하는 국내 독점적 지배력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상호 전국금속노동조합 상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는 해외시장 저가할인공세에 따른 적자를 국내 시장에서의 엄청난 폭리로 메우고 있다"며 "국내시장 판매 대수에는 큰 변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1조900여억원에서 2009년 4조9200여억원으로 국내 판매 영업이익을 무려 350%나 증가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