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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우리금융 합병 괜찮나…노사정 대충돌 우려

[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금융노조가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지주 합병 추진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합병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는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및 강태욱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 임혁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위원장 등 '관치금융 철폐 및 메가뱅크 저지 공동 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은행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KB·우리·신한·하나은행이 과거 합병을 통해 충분히 덩치를 키웠는데도 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 대형화를 통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며 "은행 대형화의 1차적 피해 당사자는 하루아침에 대량해고에 직면하게 될 금융노동자이며, 2차적 피해는 국민경제 전체로 전이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강태욱·임혁 위원장은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은 초대형 국유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민영화와 거리가 멀다"며 "이는 경제전반을 좌지우지 하겠다는 관치금융의 야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도 "최근 저축은행 PF 부실사태에서 드러났듯 금융감독 당국이 모럴헤저드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는 와중에도, 금융의 국제 경쟁력 운운하며 메가뱅크를 강행하는 것은 심각한 넌센스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일관되게 추진했던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민영화 원칙과 정면에서 배치되는데다, 정부의 금융정책이 몇몇 관료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조변석개'를 거듭하는 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는 불행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지적도 잇따랐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금융감독 당국이 메가뱅크를 위해 법마저 자의적으로 재단하려 한다"며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재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지분 95%를 소유해야 한다. 정부는 대통령령으로 이를 50%만 소유해도 인수가 가능하도록 특례조항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문호 위원장은 "당초 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때 금융지주회사간 인수합병을 100% 금지시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금융지주회사법 상 95% 소유의무는 인수합병 등에 의한 특정 금융지주회사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방지하고 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규정인데, 이를 정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고친다면 정부 스스로 금융시장의 법률체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처사다"고 분개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법의 특례조항 신설은 향후 외국자본에 대한 차별시비 마저 불거질 수 있으며, 자본력·경쟁력 상 우위를 점하는 외국 금융지주회사가 국내 금융시장을 완전히 점유하게 되는 위험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열리는 17일 오전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지부 전체 상임간부가 참가하는 집회를 개최키로 했다. 또한 정부의 메가뱅크 정책에 대한 공청회도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