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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메가뱅크보다 시장친화적 민영화가 바람직”

[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정부 주도의 인위적 메가뱅크 보다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탄생되는 메가뱅크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합병이 아닌 시장 친화적인 민영화를 통해 양 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초대형은행(메가뱅크), 국민에게 득인가 실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300여명이 넘는 방청객이 참석,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메가뱅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 메가뱅크 보다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안정적 자금조달 능력 확보가 우선 
 
발제에 나선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1차(~2000년 7월) 및 제2차(~2004년 6월)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은행 대형화가 상당부분 진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은행 대형화 등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금융산업 국제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했다"며 "WEF의 2010년 '금융시장 성숙도' 경쟁력은 전년 58위에서 83위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처럼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소로 국내 시중은행의 이자수익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등 수익구조가 취약한데다, 가계부채가 800조원을 상회하는 등 소비자 금융시장이 이미 포화단계에 접어든 점을 들었다.

또한 그는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도 한몫하고 있다"며 "몸집을 불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및 서민금융을 외면하면서 신용정보 및 신용리스크 관리능력이 떨어졌고, 서민금융 취급 역량도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러한 은행산업의 구조적 위협요소가 상존하는 가운데 추진되는 인위적인 은행 대형화는 자칫 은행의 부실과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무리한 외형 확대를 추구하다 결국 공멸에 직면한 저축은행을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인위적 메가뱅크 보다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안정적 자금조달 등의 능력을 확보해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탄생되는 메가뱅크 유도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무리한 외형경쟁으로 6개 시중은행 중 5개가 외국은행이 되어버린 멕시코 은행산업의 비극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거듭 정부 주도의 메가뱅크 정책을 비판했다.
 
◆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금융지주회사 단점과 폐해 극대화 될 것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토론자로 나선 김주영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현행법 상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중간지주회사)를 소유할 경우 원칙적으로 100%를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며 "중간지주회사 밑에는 동일업종의 자회사만 두도록 하고 있으며 손자회사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지주회사가 중간지주회사를 두는 방식으로 다단계 소유구조를 만들 경우 무분별한 확장, 경영의 비효율 등 금융지주회사의 폐해가 극대화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의 합병을 도모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지분보유 요건 뿐만아니라 중간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이 동일업종이어야 한다는 조항도 삭제하거나 예외조항을 둘 가능성이 높다"며 "나아가 손자회사 보유금지조항도 없앨 것이다. 외국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차별 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 외국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도 제한을 풀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은 금융지주회사법의 제정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금융지주회사법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상장기업인 우리금융지주를 중간지주회사로 만들 경우 금융지주회사의 단점과 폐해가 극대화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우리금융지주는 10개의 자회사와 46개의 손자회사를 가진 복합적인 금융지주회사다. 5% 이상 주주는 예보 밖에 없고, 9만2432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이 전체 지분의 36.97%를 보유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우리금융이 산은금융과 합병할 경우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등 복잡한 법률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클 뿐만아니라 조직구조의 다단계화로 인한 경영의 비효율성 증대, 경제력 집중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실현 가능한 독자 민영화 대안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최근 메가뱅크 논란의 당사자 격인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의 노동조합 위원장이 참석, 우리금융 및 산은금융의 합병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고 독자 민영화 대안을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강태욱 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산은금융지주는 일부 부족한 수신기반만 확충하면 충분히 독자생존 할 수 있다"며 "산은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거대 금융기관과의 무리한 인수합병을 밀어붙이기보다 국내외 소규모 M&A를 통해 산업은행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것이 산은이 보유한 IB 역량을 충분히 살리는 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산규모 국내 1위 은행인 우리은행 또한 독자생존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면 국가적으로 리스크는 분산시키면서 각 기관의 핵심역량은 모두 살리는 'Win-Win'이 가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합병할 경우 국내 주채무계열 37개 중 23개를 떠안아 전체 대기업 금융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원화대출금 시장의 50%를 넘게 차지하는 국내 기업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는 은행이 된다"며 "이런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면 그 리스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은행의 1, 2, 3에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이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 은행을 글로벌 은행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은행의 규모가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산은금융지주가 글로벌화의 사례로 들고 있는 DBS나 호주의 맥쿼리도 국내 금융기관의 인수합병 보다는 해외 영업확대를 통해 글로벌화 됐다"고도 했다.
 
강 위원장은 끝으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을 합병한 결과가 단지 자산만 키울 뿐이며, 산업은행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IB분야에서의 업무역량이 사라진다면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며 정부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 위원장은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에 공적자금을 투입한 이래 직원들에게는 고통감수를 요구하며 임금을 삭감, 동결하는 등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수조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받아갔다"며 "지금은 대형화라는 미명 하에 관치의 덫에 가두어 두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으로 최저 입찰가격 이상을 제시한 투자자들 중 최고가격의 입찰자부터 순차적으로 총매각 목표 수량에 도달할 때까지의 입찰자들을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인 '경쟁입찰에 의한 분산매각'과, 동일한 가격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이를 수락한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인 '대규모 Block Sale'을 제안했다.
 
임 위원장은 "실현 가능한 우리은행 독자생존 민영화 방안이 있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을 개악해서라도 특정 금융그룹에게 우리금융지주를 강제합병 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는 특혜시비를 불러 올 것이며, 사회적 비용 및 갈등 만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치에 의해 주도되는 대형화 시도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