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우리금융지주를 산은금융 등 타 금융지주사와 합병시켜 민영화하는 작업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독자 민영화 방안이 다시 추진될지 주목된다.
◆ 경쟁입찰 가능성 '0'
우선 14일 유력한 우리금융 인수 후보였던 산은금융의 입찰 참여가 무산됐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 "정부는 그동안의 다양한 논의를 감안할 때,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산은금융이 이번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도 "우리금융 인수에 정부가 반대한다면 이를 따르겠다"며 "애초부터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정부와 협의했던 사안이지 단독으로 추진했던 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산은금융을 제외한 타 금융지주사의 우리금융 인수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6조5000억원의 부채로 인수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며,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KB금융이 현실적인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산은금융이 빠지면서 유효경쟁은 물건너 갔다는 것이 금융권의 반응이다. 물론 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KB금융의 입장도 그대로다.
지난 우리금융 민영화 실패는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가진 둘 이상의 인수자가 없었던 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12월17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중단했던바 있다.
◆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도 어려울 듯
이날 김석동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시행령에서는 한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취득해야 하는데, 우리금융의 경우 지분 36.97%를 9만2342명의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지분 인수조건을 50% 이상으로 낮추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한 후,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인수자로 나설 수 있도록 우리금융 민영화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정무위는 15일 법안 심사소위를 열고, 정무위 소속 조영택·오제세·박지원 등 국회의원 15명이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소위 구성의원 9명(한나라당 5명·민주당 3명·자유선진당 1명) 중 이성헌 의원(한나라당)이 야당과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개정안은 찬성 최소 5표로 통과될 수 있다.
시행령에 담긴 95% 지분취득 규정을 모법에 담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오는 29일과 30일 열릴 본회의까지 통과되면 정부 시행령 개정은 효력을 잃는다.
이를 두고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도 정치권의 반대를 모를리 없을 것이다. 15일 정례회의에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결정하는 것은 무리로 보여진다"며 "강행하더라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 우리금융 민영화 차질 우려도…독자 방안은?
이처럼 우리금융 민영화가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우리은행 노동조합은 경쟁입찰에 의한 분산매각 또는 대규모 블록세일(Block sale)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입찰에 의한 분산매각은 최저입찰가격 이상을 제시한 투자자들 중 최고가격의 입찰자부터 순차적으로, 총매각목표 수량에 도달할 때 까지의 입찰자들을 낙찰자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블록세일은 동일한 가격을 투자자들에게 제시, 이를 수락한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블록세일은 1차 매각 후 5개월이 경과해야 다시 매각이 가능하므로, 매 5개월 단위로 매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만약 총매각목표에 미달할 경우 잔여지분은 추후 민영화 성공에 따른 주가 상승시 다양한 방안을 통해 매각함으로써 완전 민영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금융은 이미 지난해 독자 민영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며, 우리금융 사주조합 중심의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구성해 10조원의 투자자를 모집했다. 다만 기대와 달리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았고,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민영화 작업을 중단했다.
이와 관련, 임혁 우리은행 노조 위원장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는 분산매각 또는 블록세일 중 더 좋은 방안을 선택하면 된다"며 "이를 분명하게 발표한다면 시장에서 저평가된 주가는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며, 상승된 주가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원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매각을 통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는 저절로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