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유로존 재정 위기 등의 영향으로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는 10일 한국 경제에 글로벌 소버린 리스크(국가부도위험)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방어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얼마 전 세계 경제 위기시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고 했던 것과는 상반된 평가다. 지난 1일 모건스탠리는 대외부채상환능력비율과 예대율 등을 근거로 "은행들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리스크에 따른 충격흡수 정도를 가늠한 순위에서 아시아 8개국 중 한국이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불과 10여일만에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1일 발간한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침체기를 겪지 않는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세계 경제 위기 속에 내수 소비가 하락할 수 있겠지만 수출 등 핵심 부문이 뒤를 잘 받쳐주면 지금의 상황에서도 방어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가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강력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었다.
샤론 램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초와 비교했을 때 원화는 달러 대비 24%, 유로화 대비 12%,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55% 절하됐다"며 "현 상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늘어난다 해도 원화 절하 압박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한국 수출 경쟁력 유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에 집중되었던 수출비중이 이머징 시장으로 많이 옮겨진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램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선진국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을 줄여 이머징마켓 비중이 10년 전 45%에서 현재 60%까지 늘었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최근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 등도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램은 "한국은 적극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는데 관세 장벽이 사라지면 한국 제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더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 보유고가 7월 기준 3천110억달러까지 늘었고 대외부채가 감소해 금융시스템도 2008년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경기부양을 할 수 있는 재정적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았다. 대부분 나라가 물가 상승 부담으로 통화 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하기 어려워졌지만, 한국의 국가 재정은 경기부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전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년은 대선과 총선이 있는 해여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물가 상승 부담 역시 국제 원자재 가격 인하로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국내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2분기부터 실질소득 증가율은 마이너스였음에도 소비는 지나치게 많았다"며 "앞으로 글로벌 수요 감소로 실질소득이 더욱 줄어들고, 금융시장 조정으로 자산이 줄어들면 소비는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