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재정 위기에 따른 국가 신용등급 강등설 루머에 휩싸이면서 증시가 폭락했던 프랑스가 또다른 악재를 만났다. 최근 발표된 프랑스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밑돌면서 경제에 다시 한 번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프랑스 통계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제로(0)'였다. 이는 프랑스 중앙은행이 며칠 전 예상했던 0.2%에도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프랑스 루머로 인해 프랑스 경제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했던 유럽 주요 증시는 GDP 발표 이후 다시 한 번 하락세에 빠졌다.
프랑스의 2분기 '제로' 성장은 1분기 성장률이 0.9%였던데 비해 크게 후퇴한 것으로 가계지출이 크게 감소하고 수출마저 부진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말 그대로 프랑스 경제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이날 2분기 GDP 발표 이후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이 "2분기 경기악화는 이미 예상됐던 것으로 프랑스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프랑스 경제의 펀더멘털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7월 기업 수주와 공장 이용률이 2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이미 침체가 가속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3분기 성장률도 0.2%에 그칠 것으로 프랑스중앙은행이 전망했기 때문이다.
또 유로존 6개 '트리플 A' 등급의 국가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프랑스는 지난해 7.1%였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에 4.6%로 떨어뜨리고 2013년에는 3%까지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이런 경제성장으로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경기침체 소식은 그동안 채무위기로 악영향을 받은 유럽 각국에 또 다시 한 번의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오는 24일 내놓을 재정적자 감축방안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계속해서 정부 지출을 더욱 축소하고 세금우대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50억유로의 추가 삭감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는 나돌고 있다.
그리고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는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긴급 정상회동을 하고, 새 유로존 구제금융체제 도입 방안과 유럽 공동의 위기관리 방안 등 역내 경제현안을 논의한다. 이러한 자리들을 통해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시장을 안정시킬만한 재정적자 감축방안 및 경제 성장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내년 대선이 8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경제위기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재선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어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것을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경제가 이미 너무 깊은 수렁에 빠져 있어, 특단의 대책을 내어놓는다고 하더라도 프랑스 경제가 회복에 접어들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