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지난 8월 이후 미국 경제 침체와 유럽 재정위기 속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져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급팽창한 레버리지ㆍ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ㆍ인버스 ETF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파생상품으로, 국내에서는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인버스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KODEX 레버리지는 등락률이 코스피200 지수의 2배다. 이 상품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하락한 후 상승할 것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투자한다.
KODEX 인버스는 수익률이 코스피200 선물 지수인 F-코스피200의 마이너스(-) 수익률의 1배로, 하락장에서 오히려 수익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최근과 같은 하락장에서 이 상품의 인기가 높다.
그런데 개미들은 이 두가지 상품 모두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상승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KODEX 레버리지에 투자했을 때는 주가가 하락하고,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KODEX 인버스에 투자했을 때는 주가가 오르는 엇박자의 투자가 계속됐던 것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 KODEX 레버리지를 378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반면에 외국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에 KODEX 레버리지를 각각 285억원, 156억원 어치 순매도해 하락장에 대비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정보에 있어서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이 어두웠기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8월 들어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 위기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코스피가 연일 폭락, KODEX 레버리지도 급전직하해 8월 한 달 동안 25.72%나 떨어졌다. 이로 인해 개인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개인은 오히려 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 이로 인해 8월 개인의 KODEX 레버리지 순매수 규모는 7월보다 8배 이상 증가한 3천45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하락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내다팔아 각각 32억원, 3천52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개인의 예상과 달리, 미국과 유럽발 위기는 단 시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고, 각종 대외 악재 쇼크에 대외 악재에 유독 약한 국내 증시가 난타를 당하며 주식의 폭락이 계속되자 KODEX 레버리지는 9월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9월 한 달 동안 KODEX 레버리지는 12.10% 하락했다.
한화증권 이호상 연구원은 "8∼9월 개인은 코스피 조정 국면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고 레버리지 ETF를 대거 매수해 손실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개인과 외국인, 기관의 KODEX 매매 추이가 또 다시 바뀌었다. 9월까지 매수 우위를 이어가던 개인은 이달에는 424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선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사자'로 돌아서 각각 403억원, 5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약간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인버스 ETF 투자에서도 개인은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7월 상승장에 대한 기대가 커 개인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를 집중 매수했기 때문에 KODEX 인버스는 52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8월 들어 폭락장 속에서 KODEX 인버스가 13.29% 급등하자 개인은 뒤늦게 투자에 뛰어들어 1천357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은 9월 들어서도 매수 우위를 보여 지난 7일까지 60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 기간 KODEX 인버스는 고작 2.74% 올랐다.
레버리지ㆍ인버스 ETF 매매에서 개인이 계속해서 손실을 내는 것은 투자 패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전균 연구원은 "개인은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실현하고 가격이 내리면 저가 매수해 가격 추이에 역행한다. 외국인은 순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시장 추세에 순응하는 매매가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