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등 5개 시중은행의 자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4조3천142억원으로 전월말보다 약 6.2%(2천501억원) 늘어났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가이드라인인 0.6%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세 대출 잔액은 2009년 말 8천765억원, 2010년말 1조9천610억원에서 올해 10월말까지 4조3천142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말과 지난달 말을 비교하면 5배나 늘어난 셈이다.
또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 대출 실적은 11만4천832건, 3조6천6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9천582건, 2조6천571억원보다 각각 15%, 38% 껑충 뛰었다. 이는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전세금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2004년 7월 60.1%를 찍은 이후 가장 높은 60.0%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전세금뿐 아니라 대출금리마저 올라 서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같이 움직이는 A은행의 자체 전세론은 지난해 1월 4.06~5.56%에 고시됐으나 지난달 말 금리는 4.55~6.05%였다. 산술적으로 5천만원의 추가 전세금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1년 이자부담은 25만원이 늘어난다.
제1금융권에서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 금리가 10%를 훨씬 넘는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실제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이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는 사실은 연체율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 연체율을 포함한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9년 말 0.48%에서 지난 9월 말 0.71%로 뛰어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추가로 전세금이 오르고 여기에 금리까지 더 오르면 서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