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금융권 탐욕과 비리를 질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유로존 재정 위기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탓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연중 최대 행사인 포럼 분위기가 올해 확연히 달라졌다.
연예인 축하공연을 하는 등 화려했던 옛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금융시장의 상황을 반영한 듯 주제도 방어적 투자전략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3일 열린 신한금융투자의 리서치포럼 주제는 `감속(減速)의 시대'로, 내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소득 불균형, 고령화, 투자 정체 등으로 저성장이 굳어지고, 주가지수의 상승도 제한될 것이라는 다소 우울한 예측이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유럽 재정위기의 돌파구가 정치권이 주도하는 국제 공조에 달린 상황을 반영해 세계 정치권력의 향배에 주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달 9일 열리는 리서치포럼에 유명 정치학자인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와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가 `2012년 동북아 정치경제 지형 변화'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각국의 선거와 권력 지형변화가 주식시장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오는 24일 개최하는 리서치포럼은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커진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8월 이후 급락장에서도 탄탄한 주가 흐름을 나타낸 바이오업체 메디포스트의 오원일 부사장을 강사로 내세울 계획이다.
포럼의 행사 규모를 줄이고 외양을 검소하게 차리는 등 내실을 강조하려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를 삼고초려 끝에 초빙해 관심을 끌었으나 올해는 외부인사를 초청하지 않았고, 장소도 63빌딩에서 여의도 본사 강당으로 옮겼다.
씨스타, SG워너비, 이선희, 대니정 등 가수들과 `점프' 공연단을 초대해 2시간 넘는 축하공연으로 흥행몰이했던 대신증권은 올해는 이런 공연을 생략하기로 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시황도 안 좋지만, 금융권의 탐욕을 지적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오해받을 만한 일을 처음부터 피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