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존 브루턴 아일랜드 전 총리는 23일 유럽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에 있다고 밝혔다. 또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루턴 전 총리는 이날 한국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위험한 금융상품들이 만들어졌고 이를 유럽 은행들이 사들인 것이 문제가 됐다"며 유럽 위기의 근본적인 기원은 미국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 "ECB의 유동성 공급 자체가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궁극적인 해법을 찾을 시간을 벌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루턴 전 총리는 유럽의 위기 해결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ECB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같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할 능력을 갖도록 만들어졌거나 정부와 기업의 과도한 차입을 통제할 장치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턴 전 총리는 아일랜드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민간 부문의 문제가 정부 부문으로 전이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일랜드 주택시장의 버블(거품)이 심각했다. 해외 은행에서 차입한 자금이 아일랜드 국민의 주택 구매로 유입되면서 주택 가격은 오르고 건설산업은 확장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블이 빠지자 민간 부문이 붕괴됐고 이를 구제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문제가 정부로 옮겨졌다"고 덧붙였다.
브루턴 전 총리는 아일랜드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나타나고 있지만 결국은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아일랜드의 긴축정책은 임금 인하와 주택가격 하락과 같은 부작용을 낳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며 "아일랜드 경제는 회복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아일랜드의 펀드 산업은 유럽 위기의 약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며 한국 금융투자산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브루턴 전 총리는 1994∼1997년 아일랜드 총리를 역임했으며 한국금융투자협회 주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