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한국 의료계가 중동 환자 유치에 서막을 올렸다.
보건복지부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보건청이 해외 치료를 위해 한국에 보낸 첫 환자가 지난 20일 입국해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UAE는 최근 만성질환자와 암환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의료수준이 낮아 매년 약 13만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해외 병원을 찾고 있다.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보건청의 전액 부담으로 자국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 3천여명을 매년 외국에 송출하고 있다.
아부다비 보건청은 그동안 주로 유럽과 미국 등에 환자를 보내왔는데 최근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자 큰 관심을 보이게 됐다.
지난달엔 아부다비 보건청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 등 4개 의료기관을 둘러본 뒤 환자 송출 계약을 맺었고, 이에 대한 실무 작업도 마무리 햇다.
이에 따라 어린시절 인공호흡기를 장기간 사용해 성대질환을 앓아 온 28세 남성이 처음으로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서울대병원 측은 "23일까지 입원시켜 환자상태를 확인한 뒤 우선적으로 가능한 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부다비보건청은 또 다른 환자를 조만간 한국에 보내기로 하고 서울아산병원과 협의 중에 있다.
이 환자는 오랜 투석과 수혈로 신장이식이 필요하지만 미국·영국 등의 병원에서는 이식이 어렵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장기 기증자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이식 적합성 여부를 검사 받을 예정이다.
아울러 아부다비 정부 외에도 매년 1천명 정도의 환자를 유럽·미국·태국 등지로 보내 치료하는 두바이 정부도 환자 송출을 위한 한국 의료서비스 점검 실사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두바이 정부가 한국의 의료서비스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식도종양이 있는 57세 남성 환자를 보내왔다"며 "현재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가 진행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두바이보건청은 이번 환자 치료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수준 등을 점검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내년 1월 중 환자 송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부다비·두바이와 유사한 환자 송출 시스템을 갖춘 카타르·쿠웨이트·사우디·오만 등과도 계약을 추진해 중동지역에 한국의료 붐을 일으킬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