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한 것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최고등급인 '트리플 A(AAA)' 등급을 상실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루앙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며 "이미 예견됐던 일이며 극적인 것이나 사소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선 안된다"면서 "필요하다면 재정 긴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프랑스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신용평가사가 아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무더기 강등 속에서도 다행히 'AAA' 등급을 유지했지만 유로존 회원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외면할 수 없는 유로존의 맏형 독일 정부도 S&P의 신용등급 강등을 무시하고 나섰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S&P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여기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쇼이블레 장관은 또 "국가 부채를 삭감하는 재정협약이 체결되면 궁극적으로는 유로존이 지속 가능한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며 "(신용등급 강등) 결정은 유로안정화기구(ESM)를 가능한 한 빨리 출범시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 유로존 회원국들의 신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독일 재무부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우리의 결속 의지와 유럽 재정 위기 극복에 대한 각오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이번 강등 충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EU 회원국들이 재정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타이밍에 놀랐다"며 S&P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우회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S&P가 선택한 순간에 놀랐다"며 "근본적으로 S&P의 등급 평가는 최근에 있었던 진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인 에바르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도 이날 현지 TV ORF와 인터뷰에서 "S&P 결정이 최근 몇 주 동안 유럽이 봐온 긍정적인 변화를 뒤집을까 걱정스럽다"며 "유럽 금융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시기에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