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서성훈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라인 운용에 사용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1485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
삼성전자는 15일 "오스틴 공장 라인 운용에 사용하기 위해 10억 달러의 채권을 글로벌 시장에서 발행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시기와 규모는 현재로서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미국 현지 법인(SEA)은 지난주 골드만삭스·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등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에 해외 채권 발행 주간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이 처럼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IMF 외환 위기가 발생한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만기 5년에 최대 10억 달러 규모다.
발행 금리 등 구체적인 조건은 20일 RFP 제출 마감 이후 결정되며, 해외 채권에 대한 보증은 삼성전자 본사가 하기로 해 이번에 발행하는 해외 채권의 신용등급은 삼성전자와 같아진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에서 경기도 기흥과 화성에 메모리와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을, 온양에는 조립라인을 갖고 있으며 해외에는 미국 오스틴에 시스템LSI 라인, 중국에 조립라인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한국 정부로부터 중국에 또다른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에도 반도체 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월 4만장의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춘 오스틴 공장의 시스템 반도체 라인은 제품 출하 5개월 만인 지난달초 풀 가동에 들어갔다. 시스템 반도체는 컴퓨터의 중앙제어장치와 휴대전화 모뎀 칩 등 시스템을 제어하고 IT(정보기술) 제품의 두뇌 역할을 한다.
오스틴 공장은 휴대용 IT 기기의 저장장치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P(응용프로세서)를 만들며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인텔 등에 뒤처져 있다.
2014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1.3%에 불과하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성장률이 5.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집중 투자를 해왔으며, 최근 2~3년 사이에는 AP칩 생산을 위한 비메모리 생산 라인 구축에 36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60% 성장한 11조원의 매출로 이 분야 글로벌 4위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확산되면서 오스틴 공장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