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형량이 사기죄 이상의 수준으로 대폭 강화된다.
5억 이상 주가조작시 '실형'을 선고하는 방향으로 처벌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빚었던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서도 엄벌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원회(이기수 위원장)는 30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증권·금융범죄를 비롯해 지식재산권, 교통, 폭력 등 4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심의·의결한다.
특히 양형위는 주식시장 시세조종(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사기죄 이상의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증권·금융범죄 중에서도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연루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는 CNK 사건 같은 주가조작 범죄의 경우 죄질이 나쁘고 일반인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판단에서다.
또 최근 5년간 주가조작 사범 10명 중 9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나는 등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에 대해 법원의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에는 주식시세를 조종해 5억원 이상의 이득을 챙기면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엄격한 감경기준을 마련해 쉽게 형을 줄여주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난해 7월에 도입된 일반사기죄에 대한 현행 양형기준에 따르면, 사기로 인한 피해(이득) 금액이 △1억원 이상~5억원 미만일 때 징역 1~4년 △5억원 이상~50억원 미만 때 징역 3~6년 △5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 때 징역 5~8년 △300억원 이상일 때 징역 6~10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 같은 양형기준을 주가조작 범죄에 적용할 경우, 대다수 주가조작 사범은 사실상 `실형`을 선고받게 돼 지금처럼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는 어려워지게 된다.
양형위는 이번 회의에서 주가조작을 사기죄에 준해 처벌할지, `조직적사기'에 해당하는 중죄로 보고 그보다 더 강하게 처벌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의결된 양형기준안은 오는 3월12일 한국거래소(KRX) 공청회와 유관기관 의견수렴을 거쳐 4월께 확정된다.
양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가조작으로 큰 이득을 얻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혀도 처벌 형량이 낮기 때문에 작전세력들이 쉽게 주가조작에 나서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처벌을 사기죄 수준으로 높일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같은 증권·금융 범죄의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음에도 그동안 처벌이 약했다는 판단에 따라 양형기준을 이전 평균 형량보다 대폭 상향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