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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성 외국자본 한국서 수익 챙긴 후 세금도 안내고 먹튀… 한국세법 허점투성이

[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입된 투기성 외국자본,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 등 `먹튀자본'이 최근 1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도 국내 세법의 허점이나 조세조약을 악용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줄이는 사례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외국자본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합리적 과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유입된 투기성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도 국내 세법의 허점을 악용하거나 조세조약을 남용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거나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를 회피한 대표적인 투기자본은 론스타와 뉴브리지 캐피탈로, 론스타는 강남의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을 인수할 당시 스타타워, 스타홀딩스 등 2개 자회사를 통해 부동산 소유 법인의 주식을 취득해 등록세 중과를 면했다.

뉴브리지 캐피탈은 한국-말레이시아 조세조약에 의해 유가증권의 양도소득이 거주지 국가에만 과세되는 점을 악용해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세운 자회사 KFB뉴브리지홀딩스를 통해 제일은행을 사고서 이를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되팔아 양도차익 조세를 회피했다.

이 같은 조세회피는 국가의 정책의도를 훼손하고 과세기반을 침식함으로써 조세체계의 공평성을 저해하는 만큼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세회피는 새로운 과세방안을 마련해도 탈세행위에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억제가 사후 대응보다 효과적이어서 조세회피 방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국세기본법의 일반적 조세회피방지 조항의 법률요건인 `부당하게'와 `법률효과인 경제적 실질'의 개념이 모호해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거나 본법의 일반적 조세회피규정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조세조약을 개정할 때는 포괄적 특례제한 규정을 도입하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 등에 대한 과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세회피를 예방할 수 있도록 투자금융상품의 과세자료 공유, 조세 경감 등을 수반한 상품의 등록제 도입, 조세회피 조장자 제재, 입증책임 전환, 원천징수특례 범위 확대 등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단기적으로 과세관청이 금융당국과 금융상품 등의 자료를 공유하면서 조세회피 거래를 자세히 조사·분석함으로써 조세회피 유형을 체계화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과세관청이 유형화한 조세회피 금융상품의 판매자나 투자자에게 조세회피 거래를 신고(등록)하도록 하고 정보자료를 보존하지 않으면 가산세와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탈세가 적발되면 납세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하지만, 탈세 조장자에게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 문제점도 개선, 미국 등 일부 선진국처럼 탈세, 조세회피 상품 개발·판매, 자산가치 과대·과소평가 등 행위에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제 조세회피는 실태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리며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어 납세자가 거래 실태 해명에 필요한 자료를 신속히 제출하지 않으면 세무조사 등이 늦어져 납세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거나 어느 정도 분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조약상 혜택이 남용되는 사례를 방지하려는 원천징수 특례의 적용 대상 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고시하는 국가 또는 지역은 2006년 6월 말 지정된 말레이시아 라부안이 유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