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 재정위기는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기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4일 간부회의에서 이 같이 말하고, 과거 대공황 이후 자유방임주의가 수정자본주의로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처럼,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1970년대 이후 자리 잡은 신자유주의가 새로운 경제·금융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며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
정부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성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기존 신자유주의를 움직이는 패러다임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장안정과 질서를 전제로 자율을 추구하고 산업 발전과 함께 소비자·투자자 보호, 강화된 사회적 책임 등이 강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어서 김 위원장은 "금융부문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의 기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대응해야 한다"라며 "시장안정 기반을 공고히 다져 나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건전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2009년 10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재정위기에서 은행위기로 확산하고 이제 스페인의 은행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스페인은 경제규모가 그리스의 5배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의 정도는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스페인의 은행위기가 촉발되면 그 자체로 충격이 크고 실물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대단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작년 기준으로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5천억달러로 그리스(3천억달러)는 물론 우리나라(1조1천억달러)보다도 크다.
그는 "유럽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위기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유럽 재정위기에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다각적인 조치를 다른 부문보다 신속하고 선제로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